"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누군가와 보기로 약속했던 영화였지만 약속은 지켜지질 못했다.

시간이 흘렀고 봄이 되어서야 혼자 있었다.

 

 

 

절대적인 시간은 소멸을 가져올 뿐이지만,

상대적인 시간은 소멸만을 가져 오지 않는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도 함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소멸이 아닌 '영원함'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여자에게 남자는 시계 맡긴다.

그리고 그제서야 여자의 시간은 흐르기 시작한다. 비록 그것이 얼마 있어 소멸될 짧은 시간이지만 말이다.

 

여자에게 멈추어 있던 시간은 분노와 혼란.

안개처럼 보이지 않던 과거, 그리고 목적 없는 기다림.

여자는 남자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서 드디어 앞으로 나아갈 시간의 의미를 되찾게 된다.

 

그저 말랑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던 영화.

안개 자욱한 시애틀의 풍경이 묘하게 여자를 닮아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여자가 웃기를 바랬고,

영화가 끝나기 바로 전에야 여자는 미소를 지었다.

 

남자가 채워준 시계는 하나의 상징이 되어 여자에게 남았고, 이제 여자에게 기다림은 이상 소멸을 뜻하지 않았다.

배우들의 표정 만으로도 아름다웠던 영화.

 

 

영화가 끝이 나고 창문을 열어 보니 살포시 비가 내렸다.

어쩌면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는 것도, 서로가 갖고 있는 마음 상처를 치유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내내 이어지던 음악이 귓가에 맴돌았고, 나는 갑자기 따뜻한 커피가 먹고 싶어 졌다.

 

Hi, It's been a long time...

 

우리는 지금, 어떤 기다림을 꿈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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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7

  • 현빈의 영화인데, 잘 알려지지 않았던 걸까요... 제목을 처음 듣는 것 같습니다. 제목을 보니 가을이 가득한 때, 조금은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다가오네요..

    • 쓸쓸한 영화죠.
      현빈이 아마 군대가기전에 찍었던 영화일겁니다.
      봄이지만 시간나면 한번 보세요^^

  • <하하하><시><하녀>가 동시에 나온 행복한 시절에 서울에 있었어요
    무엇을 먼저 볼까, 어찌할까 많은 선택을 두고 망설이다 많은 것을 놓쳤네요

    • 저도 설레였던 시간이었죠.
      저는 '시'라는영화가 참 좋았더랬어요. 언제 한번 한국에 오셔야죠. 빈상자님의 책은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을 들고 오실까, 영화 이야기를 들고 오실까 하고 말이죠.^^

  • 한번 보고 싶은 영화예요.
    이렇게 먼저 보셨네요. (제가 좀 많이 더딘 걸까요? ^^)
    사랑과 시간. 함께 생각할 만한 주제죠.
    제 기본적인 생각은
    사랑하고 있는 동안 시간은 고통스럽지 않다.
    라는 쪽입니다. ^^ 시간(삶)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거 아닌가 싶네요.

    • 네.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기다림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 영화였네요.
      가끔 해질무렵에 이렇게 경치가 몽롱한 영화를 보면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 유익한 포스팅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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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자주 방문드릴께요.
    좋은 하루 되세요. ^^



한달이 넘도록 긴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옷을 입은채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일에 대한 긴장감이 풀린대다 열시간이 넘는 운전에 지쳐서 그랬는지 잠을 깨니 벌써 일요일 아침이었다.

이대론 도저히 살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큰맘 먹고 대형 롤스크린을 사고 프로젝션를 사는

사치를 부렸고, 홈시어터를 연결해서 방 하나를 모두 나만의 영화관으로 만들어 버렸다.

치킨과 맥주가 배달되었고, 첫 상영작으로 무엇을 할까 하는 심각한 고민끝에

선택한 영화는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이었다.

옆집이 뭐라 하건 말건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고 푹신한 의자에 누워 영화를 보았다.

남자를 좋아하는 간다프를 보면서 환호했고 리즈 테일러의 미모에 흠뻑 젖어 들었다.

진정한 희생은 무엇이며, 용기란 무엇이던가. 그리고 믿음이란 도대체 무엇이던가.

치킨이 모두 제모습을 감출 무렵, 영화는 끝이 났고, 긴 판타지 세상에서 돌아와 커텐을 열어 보니

벌써 어둑한 밤이 되어 있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의 탈출.

어쩌면 오랜 긴장감에서 벗어나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지. 

나른하게 잠든 그날 밤,

꿈속에서 나는 어김없이 호빗마을의 전사가 되었고 브레이크 없는 하얀 백마를 타고 날아 다녔다.

그리고 어김없이 흘러 나오는 음악.





일에 지쳐 쓰러질것 같은 시간이 되면, 돈도 일도 필요없는 그러한 판타스틱한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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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2

  • 진정한 홈 씨어러 구축. 축하드립니다.
    간혹 긴 출장 같은, 나에 대한 혹사는 -.-;
    인간적인 삶에 대한 욕구를 배가시키므로
    긍정적인 효과가 없지 않지요?
    물론 일부러 비인간적인 환경을 택하고 싶진 않지만. ㅋ

    흠흠. 반지의 제왕은 책과 영화를 놓고
    뜸만 들이고 있을 뿐 보지 못했어요.
    해리 포터 시리즈도 그렇구요.
    함 기회를 맹글어서 책이든 영화든 봐야 할 텐데.

    덧) 매일 이렇게 개츠비님 뵙게 되니 참 좋습니다.
    옛날 생각도 나구요.

    • 아..이건 2004년도였어요^^
      영화음악을 듣다 보니 문득 그때 생각이 나서요.
      지금은 뭐 홈시어터나 나만의 영화관은 없습니다.^^
      잼난 영화죠..판타지한.^^

  • 오오~~ 개인 영화관 부럽습니다.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게 제맛이지만
    치킨과 맥주는 함께할 수 없기에... ㅎㅎ
    개츠비님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저도 한동안 잠수를 타서... ㅋㅋ

    • 오랜만입니다^^ 블로그 가보니 2월부터 포스팅이 멈추셨더군요. 그간 너무 바삐 달리셨나요.^^
      개인 영화관은 없어진지 오래되었어요.ㅎ 음악을 듣다 보니 문득 그때 생각이 나더군요

  • 와~~ 홈씨어터 구축, 완전 부러운데요...ㅎㅎ
    ^-----^

  • 저도 개인영화관 있습니다
    동네사람들에게도 개방하고 10불만 내면 누구든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 다만 저도 들어갈 때 10불 내야 합니다 ㅡㅡ;;

    • 아,10불을 내야 하는군요^^
      저는 혼자 보는걸 즐기는 편이라 그런지 대형영화관은 갈수록 안가게 되더군요.

  • 와우.. 개인영화관이라... 부럽습니다만.. 저의 좁은 집에는 프로젝션을 둘 곳도 쏠곳도 없어 포기입니다.ㅎㅎ

    • 벌써 8년전의 이야기군요. 이젠 프로젝션도 없고 롤스크린도 없어요. 오랜만이죠? Reignman님의 영화이야기를 기다려 봅니다.

  • 일상과 판타지...

    저는 엄청난 고난을 겪는 프로도를 보면서 오히려 제 일상이 다행스럽게 느껴지더군요ㅎㅎ

    저 지후아타네호입니다.
    사정상 필명을 바꿔야 했어요.ㅠ
    오랜만에 들르니 반갑습니다.

    • 반갑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도 이런 판타지를 꿈꾸곤 한답니다.^^



우연히 찾은 작은 도시의 작은 골목길에서.
아무런 생각없이 길을 걷다가 문득 가슴을 파고 들어오던 노래.

아마도 그날은 몹시 쓸쓸한 겨울비가 내렸었고.
얼어 붙기 직전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매서웠던 것 같다.

잊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고. 잊혀질 인연이 못내 아쉬웠을 것이고.
시간은 몹시도 더디 흘렀을 것이며. 미련은 몹시도 아렸을 것이다.

인연의 끝은 언제나, 머뭇거리는 시간이 있었고 불편한 대화가 오고 간다.
그리고 나선 긴 침묵이 이어지고 그 사이마다 아쉬움과 기다림의 짧은 시간이 있을 것이다.

나는 바다에게 줄곧 인연의 깊이에 대해서 물었고,
바다는 나에게 짧은 인연의 추억만을 던져주었다.





사랑이 뭔지 알 수 있을까
영영 모를 수 있어.
하지만 이별은 알 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또 아픈거야.
아는지, 애써 태연한 모습 보였지만
눈물이 흐르는걸 보니 이별인가봐
만남의 기쁨은 어느새 사라지고
아쉬움에 헤매이는 건
내곁에 그대 느낌 너무 많아서
잠들 수 없는 그런 사람
되고 싶은게 꼭 하나 있어
저 하늘 끝 무지개
가끔씩 멀리서 지켜볼께요
뭘하나 궁금해서
나의 그대여
우리 서로 힘들게 했었지만
절대로 미안하단 말은 하지 말아요
언제나 나에게 행운이었던 사람
인연이 끝났을뿐인걸
서로를 생각하면
뛰는 가슴을 잊지말아요
이제 굿바이

그대여 우리 서로 힘들게 했었지만
절대로 미안하단 말은 하지 말아요
단한번 나에게 행운이었던 사람
그런 인연이 끝났을 뿐이야
서로를 생각하면 뛰는 가슴을
제발 잊지 말아요
혹시 그런 마음이
사랑이 아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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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4

  •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거라지만
    어느 순간 어느 모퉁이에서 어떤 계기로 인해
    잊혀진 줄 알았던 것들이 파닥 떠오릅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는 거라지만
    어느 순간 어느 모퉁이에서 어떤 계기로 인해
    무뎌진 줄 알았던 것들이 스윽 떠오릅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 이별이 있기에 만남이 더 부각되는지 모르죠.^^
      익숙한 것과의 이별은 늘 미련과 후회를 만드나 봅니다.
      구석구석 시간들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아직도 미련속에 헤매이는 감정들을 발견하게 되지요.
      봄이군요. 낮선 곳으로의 여행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 첨 듣는 노랜데...좋네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보기 전에는 몇가지 선입견이 있었다.
과연 주인공의 나이에서 느끼는 감정을 내가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고, '시'를 쓰지도, 읽지도,낭송하지도 않는 내가 여백이 많은 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결론적으로 큰 이질감을 느끼지도 못했고 대단한 공감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러고 보면 영화의 제목처럼 '시'를 느낀 보고 읽은 다음에 느끼는 감정이 이런게 아닌가 싶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찾아보진 않은것 같은데 작품들을 보니 대부분 본 영화다. 봤다고 모두 이해할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작품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걸 보면 이창동 감독이 주는 영화의 뒷맛은 꽤 강렬한것 같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있고 몇몇 장면들이 남아서 가끔 떠오르는 걸 보면 이것이야 말로 이창동 감독이 바라보는 '인물'에 애착이 나타나는게 아닌가 싶다.



윤정희 라는 전설적인 여배우의 작품을 본적은 없다. 하지만 감독의 말처럼 왜 이 배우가 아니면 영화를 만들수 없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영화를 보면서 풀 수 있었다. 드러내지 않는 감정의 절제와 삶의 무게와 함께 주위를 바라볼줄 아는 배우의 연륜을 느낄수 있었다.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보고 나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영화다.

'시'를 쓰기로 마음먹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은 시를 쓰기로 마음 먹는다.
이혼한 딸의 아들을 돌보고 영세민으로 지원을 받는 궁핍한 삶이지만, 노인은 결코 우울하지 않다. 불쑥 찾아온 불행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노인이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아름답기만 하다.



'시'를 쓴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이다.
노인은 자신이 바라보는 아름다운 세상에 대해서 '시'를 쓰고 싶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다. 삶의 마지막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노인을 둘러싼 현실은 전혀 아름답지 못하다. 손주와 친구들이 한 여학생을 성폭행 하게 되고 그 여학생이 자살을 하게 된다. 막 피지도 못하고 사라진 여학생의 죽음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세상의 부조리가 펼쳐진다. 사람의 죽음에도 진정성이 없고 그것을 감추려는 모습속에서 진실은 찾을 수 없다. 세상의 추함위선이 나타나고 죽음과 부조리가 나타난다. 하지만 노인은 그러한 현실에서도 '시'를 쓰기 위한 고집을 꺽지 않는다.

영화는 아름답지 않은 현실과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노인의 시선을 번갈아 보여준다.
그러면서 시를 쓰지 못해 고민하는 노인의 모습도 보여준다. 아름다움에 대하여 쓰는 것이 '시'인데 노인의 시선에는 아름다움만 보이지 않는다. 불편한 현실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느끼는 노인의 고민은 켜져만 간다.

아름다운 '시'를 쓰다.

세상에서 아름다웠던 순간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노인은 눈물을 흘린다. 자신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흘러버려 다시는 돌아올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 기억을 더듬으며 노인은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아름답다는 것에는 눈물과 아픔이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학생이 자살을 한 곳에 이르러 노인은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강둑길에서 시를 쓰려고 수첩을 꺼내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쏟아진 비는 수첩을 모두 적신다. 마치 여학생의 눈물을 암시하는 것처럼.



자살한 여학생의 부모를 찾아 위로하러 가는 길에 떨어진 살구를 보면서 노인은 기뻐한다. 살구는 자신을 던져 희생시킴으로 다음 해의 수확을 기대한다.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 노인은 기뻐한다. 그리고 여학생의 부모와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위로와 용서의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논하고 돌아서는 순간에 노인은 문득 무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현실의 고통과 이상의 아름다움에는 이렇게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고통을 외면하고 아름다움을 논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 한가에 대해서 말이다.

아픔을 깨달은 노인은 드디어 아름다운 시를 쓰게 된다.
그 아름다움에는 세상의 고통과 슬픔, 미련과 후회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루지 못한 세상과 다음 세상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다. 아름다움을 말하는 시를 읽는 노인의 목소리와 자살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져간 풍경이 펼쳐진다. 물결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간다.

노인의 속죄는 익어서 땅에 떨어지는 살구의 모습과 흡사하다.
다음 세상을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하는 살구의 모습처럼, 자신의 핏줄에 대한 속죄와 죽은 자에 대한 보상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진정한 용서와 고귀한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었다.

감독 이창동 (2010 / 한국)
출연 윤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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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처음과 끝을 같은 장면으로 처리한다.
노인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을 보여주지만 노인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쩌면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부조리한 현실속에서 공허한 아름다움을 찾는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그리 재미있지는 않다.
'시'가 주는 느낌처럼 여백이 많은 영화다. 영화 중간중간에 여백을 색칠해야 집중할 수 있는 영화다. 그래서 '시'가 주는 느낌과 영화가 주는 느낌이 동일하다. 한편의 시를 본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다. 마지막에 나레이션 되는 노인의 '시'를 들으며 남은 여백을 충분히 느껴야 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뒤에 무언가를 적는 것이 참 어려운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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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2

  • 참 아름다운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
    윤정희란 배우의 진가를 알게 된 영화이기도 하고...
    나중에 무릎팍 도사 윤정희편도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볼 때는 영화에서의 미자 그대로였습니다.
    연기를 한 건지, 그냥 자신의 삶을 표현한 건지...

    • 영화랑 참 잘 맞아 떨어지는 배우구나..그래서 이창동 감독이 그렇게 좋았나 봅니다^^ 좋더군요. 한편의 시를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 SF나 액션을 좋아해서이기도 합니다만...
    이 영화는 아직 선뜻 발길이닿지 않네요.
    시에 대한 제 느낌과 비슷한거 같습니다.
    가끔은 시를 보며 감동도 받지만...잘 손이 닿지않는...^^

    • 영화중에도 비슷한 말이 나오죠^^ 시대는 시를 쓰지도 않고 읽지도 않고 낭송하지도 않는다는^^ 바쁘게 사는 현대에서 잊혀지고 있는것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생각하네요

  • 2010.07.21 00:24

    비밀댓글입니다

  • 솔직한 답글을 적어보자면^^
    저 역시 잘 땡기지 않는 영화입니다.
    먼저 윤정희라는 배우가 주는 세대적 격차를 극복하기 어렵고
    (대단한 배우라는 말씀들을 인생선배들로부터 듣지만 저에겐 별로~ ^^)
    영화의 구성과 내러티브 방식이 저에게는 흡인력이 사실 좀. -.-;

    이렇게 솔직한 답글을 적어도 되는 것이죠? 우리 사이엔. ^^
    쥐떼들에 대한 같은 생각이 꼭 만사에 대한 동질성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니. ^^
    오히려 만사 좀 서로 달라주는 것이 섞이고 어울린단 느낌을 주지요.
    뭐랄까 한가지 색이 아니라 다채로운 색을 만든달까.
    (흐으. 솔직한 답글에 대한 비.겁.한.변.명! 이었습니다. ^^)

    날도 더운데 잘 지내시지요?
    트위터에서 예전보단 좀 자주 뵈니 좋습니다. ^^

    • 저도 솔직히 말씀 드리면 별로 땡기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아무래도 공감하기 쉽지 않은 연령대니까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까 한편의 시를 본것 같은 느낌입니다^^ 가끔 여백을 남기는 영화 한편도 좋을것 같네요.^^

  • 흠 다시 또 영화를 먼저 기다렸다가 돌아와야겠습니다
    기대기대기대기대궁금궁금궁금합니다

    • 요즘 인터넷이나 IPTV에서 저렴하게 즐길수 있더군요^^ 3,000원의 행복..이거 만만하게 보다가는 지출이 꽤 됩니다.

  • '시'... 딱 세가지가 떠오르는데요~
    하나는 나중에 시간 내서 한번 더 봐야것다.
    둘째는 70대? 60대? 노인의 속살도 예쁘구나. 합성은 아니겠지?
    셋째는 내가 아는 분 둘이... 까메오로 출연했다능ㅋㅋ

    반갑습니다. 개츠비님 (^-----^;)

    • 네.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마치 한편의 시를 본듯한 느낌도 드네요.^^ 잘 지내시죠?


고 김현식씨의 추모 영화를 제작하던 김남경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김현식을 사랑하던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오던 영화 '비처럼 음악처럼'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매년 11월이 되면 유독 기억해야할 이름이 많아진다.
가수 유재하, 김현식이 삶을 마감한 달이기도 하고 프레디 머큐리가 사망한 달이기도 하다. 이들 뿐만 아니라 유독 11월이 되면 유독 가수들이 죽음이 많았다.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죽은 날은 친하게 지내던 형이 죽은날이기도 하다.
한참 입시 준비로 바쁜 여름 방학때였다.
대학을 입학하고 첫 학기를 보낸 동네 형이 나와 친구를 끌고 간 곳은 경북대 북문에 위치한 '가무댕댕'이라는 카페였다. 방학이라 그런지 조금은 한산한 그곳은 더벅머리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주점이었다. 비교적 노안이었던 내 친구 덕분에 우리는 어울려 술을 마실수 있었다.

서울로 유학을 가서 돌아온 형의 세련된 모습에 감탄하기도 하고, 더벅머리 대학생들의 야상점퍼에 놀라기도 하면서 처음 술을 마셨던것 같다. 그때 그곳에서 쉴새 없이 울려퍼지던 노래가 Queen의 노래였다. 퀸을 좋아했던 나와 형은 노래에 취하고 술에 취했다. 술을 마신 후 며칠간 술냄새 때문에 고생을 하긴 했지만, 미리 맛본 대학생활에 대한 짜릿한 기대감도 느낄수 있었다.

서울로 진학을 하게 되면 함께 자취하면서 지내자던 형의 말을 기억에 담으며 그 해 여름을 보냈다. 그리고 첫눈 소식이 전해질 무렵 형은 교통사고를 세상을 떠났다. 형이 세상을 떠나는 날은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했다. 라디오를 통해서 우울함에 빠져있던 나는 형의 죽음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언젠가 프레디 머큐리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고 여러 가수들이 그를 기억하며 노래를 불렀다. 먼저 세상을 떠난 형이 술을 마시면서 흥얼 거리던 노래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11월이 되면 그 노래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할 사람을 구해달라고 외치던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과 술잔을 따라주며 20살의 인생을 이야기 하던 형의 모습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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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0

  • 아! 또 한 분이 가셨군요.
    종로 리어카에서 울려퍼지던 김현식의 내 사랑 내곁에를 들으면서 상심의 시절을 이겨냈는데...ㅠㅠ

  • 제가 아직도 좋아하는 곡입니다

  • 영화를 제작하고 잇었던 것도 몰랐군요.
    완성은 하셨나 모르겠네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래야 겠네요.

  • 참 언제 다시 들어도 마음을 울리는 노래들을 불렀던 그들이 그리워지네요.
    김현식도, 퀸도...
    가무댕댕...제가 아는 곳이군요..^^.

  • 아아. 프레디 머큐리가 이 세상에 없음을 생각하면. -.-;;;
    거기다 김현식. 그리고 저는 김광석이 오버랩. ㅠ.ㅠ
    많은 아름다운 이들이 우리 주변을 떠나고 없군요.
    아. 그러고 보니 작년 5월 큰 쥐새끼에 밀려 벼랑을 택한 그분도. -.-;;;

    개츠비님은 그 형의 기억과 추억까지 겹쳐지시니! ㅜ.ㅜ

    • 나이가 들면서 기억해야 할것들이 많아지죠^^ 예전에는 살아 있는 사람과의 약속이 주가 되었다면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떠난 자의 추억도 아련하게 기억되네요.^^ 쥐의 천적이 부엉이라고 하죠. 전 아직도 부엉이바위의 전설을 믿고 있습니다.^^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를 드디어 보았다.
그동안 임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알송달송한 느낌들이 바로 무력감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영화 '하녀'를 통해서 그걸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 그의 영화 '오래된 정원'에서도 느낄수 있었던 야릇한 느낌이 '하녀'를 통해서 구체화된 느낌이다. 물론 이 둘의 영화가 같은 연장선에서 이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하녀'는 최고의 배우들이 만든 영화다. 칸을 통해서 유명해지긴 했지만 전도연이정재, 윤여정으로 이어지는 배우들의 무게는 남다르다. 영화에 몰입할수 밖에 없는, 그래서 조금은 따분한 일상의 모습들이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서 긴장감으로 쉽게 바뀐다.



원작에서 조금은 어긋난 임상수표 '하녀'는 그야말로 쇼킹하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불쾌하기 짝이없다. 그러나 우리들이 살아가는 시대의 모습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물의 시선 - 등급을 나누다.

영화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서 관점이 달라진다.
영화속 인물은 사회적 등급이 확실히 나뉘어 있다. 만들어진 인간의 등급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들이 서로를 바로보는 관점 또한 확연히 다르다.

사회적 최상류층에 속하는 남자. 그리고 그의 여자 해라.
폭이 크지 않지만 그들 사이에도 엄연한 계급적 질서가 존재한다. 가부장적 가정이 갖는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 계급의 질서가 존재한다. 자기의 아이를 유산 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장모에게 대하는 훈의 태도를 보면 알수 있다.
훈은 모든걸 가진자를 대표한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자기 밖에 없다. 엄숙한 권위와 돈의 위력은 훈에게 세상의 모든것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의 모든 행동은 정당화 된다. 그에게 도덕적 타이름도, 인간적 감정도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인정하기 싫은 것 까지도 그의 모든 행동은 정당화 된다.



집사로 나오는 '병식'의 시선도 중요하다.
그녀는 최상류층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에게 충실히 복종하는 계급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연민의 정을 갖고 있다. 자신도 낮은 등급 출신이라는 것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냉정하다. '은이'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제일 먼저 문을 박차고 나간 사람도 '병식'이다. 높은 등급의 사람들에게 의지하며 모든걸 묵인해야 하는 존재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



주인공 '은이'는  낮은 등급의 인물이다.
평범하게 살아온 은이에게 보여진 최상류층의 모습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녀는 순진하게 인간의 등급을 이해하지 못했다. '훈'의 아이를 임신하고도 모정에 집착한다. 자신이 결코 행복할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그녀는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힘의 논리에 철저히 유린당하고도 그것을 순진하게 받아들이는 여자다. 그녀는 평범하고 순수하고 보편적인 우리의 모습이다. 



훈의 딸로 나오는 아이의 시선도 중요하다.
어린 아이의 시선은 음모와 갈등 속에서도 가장 순수한 시선을 만들어 낸다. 아이는 직접 보고 느낀것을 순진하게 말한다. 하지만 아이 역시 훈의 딸이다. 그녀 역시 성장하면서 훈이 가진 모든것을 물려받게 된다. 계급은 이어지고 그들은 붕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복수의 끝 - 무력감

영화가 시작되면 알수 없는 여자의 자살 장면이 나온다.
북적되는 시장통에서 한 여자가 자살을 한다. 모두가 바빠 움직이며 살아가는 그곳에서 한 여자의 자살은 큰 이슈가 되지 못한다. 그녀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집중하지 않는다. 그저 밥 벌어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일상에 불과하다.

훈에게 버림받고 아이마저 잃어 버린 '은이'가 결심한 마지막 방법은 자살이다.
그것도 그들이 보는 앞에서 장렬하게 죽는 방법을 택했다. 인간의 본성 마저 포기한 그들에게 할수 있는 '은이'의 마지막 저주 였다.

'은이'가 목을 메고 몸에 불을 지르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그들의 비도덕한 행동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그것도 그들이 살고 있는 집안에서 만들어 내는 여자의 저주다. 사랑에 대한 미련도, 아이에 대한 미련도, 삶에 대한 미련도 모두 버렸다. '은이'가 할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처음에 나온 알수 없는 여자의 자살 장면과 일치 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그것 밖에 없다.

하지만 은이의 복수는 그것이 다였다.
은이가 죽고 난뒤에도 훈과 해라가 만들어가는 가정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 똑같이 화려한 일상이 만들어 지고 새로운 '하녀'가 등장한다. 아무도 '은이'를 기억하지 않는다. 다만 은이의 죽음을 지켜본 훈의 어린 딸만이 잊지 않고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잊혀질 것이다.

하녀
감독 임상수 (2010 / 한국)
출연 전도연,이정재,윤여정,서우
상세보기


영화를 보고 나서도 꽤 불쾌했다.
은이의 복수에 대한 후련함도 없었다. 그저 나약하고 무력한 '은이'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기 까지 했다. 대단한 복수극이 펼쳐지길 기대한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쩌면 임상수 감독은 '하녀'를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게 아닌가 싶다. 어쩔수 없는 무력감, 돈 앞에 무릎을 꿇는 냉혹한 현실, 아무것도 도울수 없는 방조자, 이미 나뉘어 버린 사회적 계급의 세습.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하녀'를 통해서 불수 있었다.

불편하지만 영화가 나쁘지는 않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을 뿐 아니라 임상수 감독에게 새로운 느낌을 받을수 있었다. 쇼킹한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본 느낌이다. 사랑도 사고 팔수 있는 현실, 나약한 자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마지막 장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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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2

  • 포스트 잘 보고 갑니다.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몇군데 있고,기분이 우울해지긴 했지만,확실히 나쁘진 않았네요..ㅎㅎ 가진자들의 삶이 광대스럽기도...

    •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사실 많았습니다. 기분도 우울했구요^^ 하지만 확실히 나쁘진 않았습니다. 저와 비슷하게 보셨네요.^^

  • 2010.07.12 01:15

    비밀댓글입니다

    • 요즘 몇몇 영화에서 윤여정씨를 보면서 참 연기를 잘한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역시 배우는 나이가 들면서 더 매력있어지는것 같습니다.^^

  • 저는 이 영화를 보지 못했고 볼 생각도 없습니다.
    취향이 아닌 탓도 있지만, 영화에서까지 현실을 바라보아야 하는게 싫어서 말이죠.

  • 저는 이 영화가 참 아깝습니다.
    언플도 마음에 안들고 연출력에도 아쉬움을 많이 느낍니다.
    원작을 아직도 못보고 있지만 원작의 명성에 누를 끼친 작품인 것만은 확실해보입니다.
    좋은 영화라고 하셨지만 훨씬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 아까운 생각이 드네요.

    • 그렇군요. 저도 별 기대를 안하고 보긴 했습니다만 기대보단 좋았네요. 물론 우울하고 더러운 기분이 들긴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감독이 말하고픈게 아니었나 싶네요.^^

  • 제가 좋아하기 힘든 류의 영화인 듯 하네요.
    현실을 외면하고 살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영화를 보는 내내 현실의 반복을 맞이하고 싶진 않다는. ^^;
    그래서 리얼리즘이라는 이름을 빌어 더러운 기분, 찜짐한 기분을 선사하는
    영화는 별로 안 내켜 합니다. 뭔가 현실의 극복 혹은 가상 만족 같은 걸
    선사하는 걸 좋아한다죠. 제 영화 보는 수준이 이 정도 밖에. ^^;

    중간에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싶은 곳은 과감히 스크롤 다운했습니다.
    어쩌면 전도연 때문에라도 볼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스포일러 방지를 생각하면서. 훗. 용서하십쇼. ^^

    • 아마도 비프리박님의 분위기와는 안어울리는 영화죠^^ 제가 생각하는 비프리박님은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중한..그런 분이죠. 그래서 이런 분위기의 우울한 느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그녀가 치는 디지털 피아노 소리에 맞춰서 흥얼거리는 모습..뭐 그런게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 저도 며칠전에야 본 영화입니다.
    마지막 장면 말고는 참 괜찮았는데..
    정말 뭐랄까 마지막은...소화하기 어렵네요.


몇 해전 광주 민주화 운동을 그린 영화 '화려한 휴가'가 상영된 적이 있었다.
주인공의 열연도 돋보인 영화였지만 무엇보다도 국가의 비극을 들어내놓고 만들었다는데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꼭꼭 숨겨져 있던 아픔을 내놓고 이야기 할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것이다.

영화 '꽃비'도 제주 4.3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해방 이후 복잡한 정세 속에서 극우단체와 미군정에 의해서 2만명이 넘는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 아픈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도 일부 극우단체에서는 남로당을 들먹이며 이념으로 제단하고 있다. 이 아픈 역사를 바로잡은 것은 불과 몇해전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서였다.

'화려한 휴가'가 직접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그 의미를 전달했다면, 영화 '꽃비'는 감독과 작가에 의해서 설정된 특정한 공간에서 4.3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그래서 4.3 사건에 대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영화에 대한 평점이 아주 박할수 밖에 없는 영화다. 차라리 좀 더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



시간을 넘다드는 아픔

영화는 제주도 어느 마을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된다.
공간이 한정되어 있고 나오는 인물도 한정되어 있다. 학생수도 별로 없어서 인물들의 이름을 외울 정도다. 외딴곳에 떨어져 있어서 음산한 느낌마저 든다. 아마도 4.3 사건 당시의 제주도의 모습을 이렇게 비유했지 싶다.

영화에는 두명의 남학생과 한명의 여학생이 등장 한다.
그들은 4.3 사건에서 살아남아 성장한 아이들로 보인다. 그들은 모두 아픔의 상처를 갖고 있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흑백 동영상들이 지나간 아픔을 상징한다면, 여학생의 어머니가 갖고 있는 실어증불면증은 현재의 아픔을 상징한다. 그들은 이러한 아픔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비유는 과거에 상처받았던 주민들이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진행을 하고 있음을 뜻한다. 마을에서 집단으로 제사를 지내는 모습에서, 어두운 학교의 배경에서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의 문제가 주된 내용이다. 학교의 '짱'이라고 일컫는 '선도'가 갑작스럽게 자퇴를 하면서 생긴 문제다. 세력이 비슷한 두 남학생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

인물들이 상징하는 것들

두명의 남학생과 또 한명의 여학생 사이에 또 다른 학생이 전학을 오게 된다. 육지에서 왔다는 정체불명의 남학생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복잡해 지기 시작한다. 학교의 '짱'을 먹기 위한 본격적인 쟁탈전이 시작된다. 그러면서 여학생을 좋아하는 두 남학생 사이에도 세력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갑작스럽게 자퇴한 학교의 "짱'은 일본을 뜻하지 싶다.

청순하고 예쁜 여학생은 당시 제주도의 평화로운 모습을 뜻하지 싶다. 흰옷을 즐겨입고 바닷가에서 노래를 부르는 여학생의 모습은 평온해 보인다. 그녀는 두 남학생을 화해시키고 평화를 지키려고 한다. 그리고 늘 평화롭게 지내던 과거를 회상한다.



두 남학생은 당시 이념전쟁에 시달리던 시대의 모습을 뜻하지 싶다.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남한과 북한, 우익단체와 공산당. 이러한 대립적인 개념으로 두 남학생이 그려진다. 어떠한 인물이 더 좋은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두 남학생중 이기는 사람이 학교의 "짱'이 되고 여학생을 차지할수 있다. 해방 이후 혼란스러운 우리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육지에서 전학을 온 학생은 미군정을 의미하지 싶다. 그들은 섬에 고립된 아이들에게 육지의 새로운 것들을 보여준다. 그가 갖고 다니는 야구공은 미국을 상징하는 스포츠다. 그는 아이들의 환심을 사려고 도색잡지를 돌리고 말보르 담배초콜릿을 선물한다. 그는 자신의 말을 잘듣는 남학생을 선택해서 또 다른 남학생의 세력을 몰아낸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 학교의 "짱'이 된다.

아픔의 역사를 기억하다.

한 세력을 몰아낸 남학생은 순수하고 평화로운 여학생을 유인해 성폭행을 범한다.
 알수 없는 약을 먹이고  알수없는 힘에 이끌려 강간을 하고 만다. 그에게 이러한 방법을 알려준 학생은 육지에서 온 학생이다. 그는 기절한 여학생의 몸을 또다시 유린한다. 그리고 여학생의 얼굴에 영원히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냉전시대와 이념전쟁을 겪은 우리 역사는 참으로 많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상대방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분단의 아픔을 겪은 독일은 이미 통일을 이루었고 중국과 타이완은 급속도로 가까워 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념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고, 무수한 경제적 이익 조차 중국에 빼앗기고 있다.

4.3 사건을 다룬 영화 '꽃비'를 보면서 단지 제주도민의 아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히 유린당하고 상처를 받은 여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민족적 아픔도 이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비
감독 정종훈 (2010 / 한국)
출연 육동일,이승민,김두진,한이빈
상세보기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평가가 좋지는 않다.
지나친 비유가 오히려 주제에 대한 접근을 잃어버리게 만든게 아닌가 싶다. 관객이 직설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영화가 호평을 받긴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뒤에는 무언가 알수 없는 실망감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4.3 사건을 그린 전체적인 영상과 연출은 마음에 든다. 주인공의 마음을 설명하는 듯한 색채감과 주인공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영화를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한지붕 세가족'에서 '만수'로 나온 어린 아이가 어른이 되어 연기하는 모습도 볼수 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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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영화나 드라마로도 많이 접해봤기 때문에 광주민주화운동은 잘 압니다.
    그런데 제주 4.3 사건은 잘 몰랐어요. 이제 알았습니다.

    포스터에서도 만수의 얼굴이 보이는 군요...
    아마도 저와 비슷한 또래일텐데 참 반갑네요. ㅎㅎ

    • 저도 4.3 사건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합니다. 다만 영화가 감정적인 비유는 아주 잘한것 같습니다. 만수..ㅎㅎ 참 반갑더군요.^^

  • 챙겨봐야 할 영화네요.
    한 나라에서 가장 큰 시련은 외세의 침략보다 한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세력다툼과 그로 인해 보는 피가 아닐까 싶습니다...
    ......

    • 네. 우리가 우리를 어떻게 공격하고 피를 흘렸는지.. 이 영화에서도 표현이 잘되어 있습니다. 여전히 주체적이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보는것 같기도 하구요^^

  • 한지붕 세가족의 만수가 나오는군요.
    최주봉의 아들 역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죠?

    어떤 이의 말대로 제주 4.3사건은 중첩된 모순의 총체적 폭발이라고 해야겠죠.
    우리의 기득권층은 그 4.3사건을 제주도로 국한시키고
    몇몇 불순분자들의 일로 왜곡하고 저평가합니다.
    역사는 쓰는 자에 의해 쓰여질 뿐인 것일까요. -.-;;;

    그런 의미에서 꽃비라는 영화는 시선의 교정을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수 있겠지만
    개츠비님의 말씀대로 그저 비유에 의존할 뿐이라면 초큼 그렇습니다.
    이런 사건은 오히려 정공법을 쓰는 것이 좋지 않나 해요.

    덧) 개츠비님, 요즘 영화 좀 보시나 봅니다.
    그간 놓친 포스트를 역주행중인데요. 그중에만도 둘. ^^

    • 요즘 영화를 좀 봅니다. 제가 원래 영화를 참 많이 보는 편인데 최근 1년간은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어요. 그런 기간을 거치고 나면 또 미친듯이 영화를 보곤 하죠^^ 한지붕 세가족의 만수 맞습니다. 반갑더군요. 어릴적 모습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4.3 사건은 우리 역사의 축소판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이 영화 꼭 봐야겠네요.
    제목이 와 닿네요.

    "꽃 비" 라....

    우리는 제주 43항쟁에 대하여 너무 인색하다는 생각입니다. 현기영 선생의 순이삼촌이나 다시 꺼내야 겠습니다.

    • 4.3 사건은 우리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네요. 시대의 분열과 갈등이 얼마나 큰 비극을 만드는지 말이죠.


개인적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참 좋아한다.
채색하지 않고 마구 그려넣은듯한 영화의 느낌을 참 좋아한다. 고된 한주를 보내고 맞이하는 주말, 혹은 무미 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난 뒤에 오는 소중한 휴식 시간에 그의 영화를 보는 것은 짜릿한 재미다. 홍상수 감독, 임상수 감독이 주는 영화속 풍경을 사랑한다. 물론 정치인 안상수가 그려내는 풍경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꾸준히 영화를 만드는 한 세월이 가도 그의 변하지 않는 팬이 되고 싶다. 

영화 '하하하'가 주는 제목의 의미를 보면 크게 웃는 영화일듯 하다.
하지만 감독의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별다른 반전없이 이어지는 줄거리가 못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어 가는 배우들의 이름을 보면 좀 더 집중력을 가지게 된다.



홍상수 패밀리라고 할수 있는 김상경, 예지원. 매력적인 배우 유준상. 기대되는 배우 김강우.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 문소리,윤여정. 그리고 개념있는 배우 김규리가 나온다. 이들은 괴팍한 감독이 연필로 마구 그려놓은 스케치북에 자신들의 감정을 하나 둘씩 칠한다. 그게 어색한듯 이어지는 배우들의 매력이다. 무엇보다도 관객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특별한 생각의 여백을 제공한다. 그게 홍상수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 하하하.. 웃긴 영화다

두 남자가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 한다.
선후배 사이인 두 남자는 지난 여름,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통영을 방문하게 된것을 알게되고 각자의 에피소드를 말하기 시작한다. 술 한모금 이야기 한토막씩. 이야기가 한토막씩 나올때 마다 술한잔을 서로 권한다.  그들이 한번 크게 웃고 나면 다음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렇게 한잔 두잔 마시면서 영화는 만들어 진다.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내놓으며 재미있어 하지만, 두 이야기는 묘하게 닮아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방문한 두 남자가 서로 마주치지만 않았을뿐 서로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두 남자는 그 사실을 모른다. 영화를 보는 관객만이 그 사실을 안다. 두명의 남자는 서로 잘 아는 사이지만 등장하는 또 다른 남자는 한명만 안다. 그래서 서로 같은 이야기라는 것을 둘은 모른다. 그들이 마주치는 인물들이 똑같고, 두사람의 이야기가 마무리 될 무렵엔 그들의 웃음소리가 참 우습게 들린다. 이 바보같은 놈들... 하면서 관객이 웃을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 하하하.. 허상을 보다.

영화속 남자들의 직업은 고상하다.
영화감독 지망생, 영화 평론가. 그리고 시를 쓰겠다는 작가지망생. 현실속의 그들의 모습은 아직 이루지 몸ㅅ한 미완성의 상태다. 하지만 그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허상은 대단하다. 


한 남자는 나약한 존재다. 일에 대한 열정도 그다지 없어 보인다. 그저 어머니에 기대고 세상에 휩쓸리며 살아가는 나약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특별히 모난 구석도 없지만 특별히 잘난 구석도 없다. 아직도 어머니에게 회초리를 맞으며 우는 나약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또 한남자는 위선자다. 결혼을 했지만 애인이 있다. 애인이 있지만 다른 여자를 넘보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부딪치면 여자의 동정을 바라며 회피해 버린다. 우울증 약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먹어대기도 하고, 여자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또다른 남자는 허세다. 시를 쓰는 시인이 되고는 싶지만 시를 쓰고 싶진 않다. 남들과 다른 독특함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진 못한다. 그저 자신이 만든 세상에서 특별한 존재로 살고 있다고 믿는듯 하다. 두 여자를 넘다들며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

# 하하하.. 숨어서 웃다.

세 남자와 세 여자가 만들어 가는 에피소드에는 진지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가 여자에 대한 욕망을 품고 고상한 말로써 포장을 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사랑을 말하진 못한다. 그들은 늘 타인에 대한 평가에 익숙하지만 자신에 대한 평가에는 미숙하다. 그래서 관념적인 말들이 난무하고 일관성이 없다. 우리가 사는 주변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다.

세 남자와 세 여자가 사랑 비슷한 감정을 가지지만 영화 어디에도 결과를 보여주진 않는다.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졌는지 누구도 알수 없다. 그저 두 남자가 마지막 잔을 기울이며 크게 웃는 것이 전부다. 그들이 어느 여름날 통영에서 겪었던 일의 결과는 아무도 알수 없다.


하하하
감독 홍상수 (2010 / 한국)
출연 김상경,유준상,문소리,예지원,김강우
상세보기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는 이러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성공하지 못한 영화감독, 유명하지 않은 작가. 그들은 고상한척 관념을 말하지만 현실은 철저히 본능에 충실하다. 그들이 인정받고 싶은 세상과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철저히 다르다. 어쩌면 홍상수 감독 스스로에 대한 자학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하하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답게 호불호가 철저히 갈리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는 유쾌하게 웃는 사람이 있을것이고, 뭘 말하는지 알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을 보았건, 아무것도 보지 못했건 그건 관객의 선택이다.

영화 '하하하'를 보면서 예전과 다르게 조금은 온순해진 감독의 취향을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두남자 처럼 크게 웃을수 없는 이유도 분명 있다. 두 남자가 알지 못했던 부분을 관객은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는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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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하하... 아직 못봤습니다.
    홍상수감독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아니 관심이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리뷰는 일단 패스하고 나중에 영화를 보게 된다면 그때 읽어 봐야겠습니다.
    요즘 영화를 잘 못봐서 영화가 그리울 지경입니다. ㅜㅜ

    • Reignman님 취향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리뷰를 보시더라도 직접 보시면 전혀 매치가 안된다는걸 느끼실겁니다.ㅎㅎ 영화를 못보시는군요. 저는 요즘 조금조금씩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 ㅎㅎㅎ 아직 영화를 볼 수가 없으니
    ㅎㅎㅎ 그저 웃지요

  • 세상 살다보면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꼭 있습니다. 위선자도 있고, 허세만 강한 사람도 있고, 의지가 너무 나약한 사람도... 저도 혹시 이 세 가지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까 영화를 보면서 고민을 좀 해 봐야겠네요.

    • 홍상수 감독의 여러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허상과 허세.. 꿈과 현실속에서 진지한 고민이 있는것이 아니라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라는...어쩌면 우리가 부인할지라도 본능에 가장 충실한 삶을 살고 있나 봅니다.^^

  • 우와~~ 믹시 추천수 엄청나요~^^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랄까,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봐야겠어요!

    리뷰를 보니, 꼭 한번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런게 리뷰의 힘? ㅋㅋ

    • 네.ㅎㅎ 꼭 한번 보세요. 어쩌면 권팀장님 취향에 맞을수도 있겠네요. 휴일에 날잡아서 한번 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 주위에 꼭 있습니다. 위선자도 있고, 허세만 강한 사람도 있고, 의지가 너무 나약한 사람도... 저도 혹시 이 세 가지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까 영화를

    • 네. 어쩌면 우리에게 모두 들어 있는 모습인지도 모르죠.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서 자학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네요.^^

  • 예지원 김상경 문소리, 홍상수 패밀리의 일원이라 불러 마땅하지요.
    홍상수, 저 역시 좋아하는 감독인데요.
    가끔 어긋나기도 합니다만. ^^;

    한번 챙겨보고 싶은 영화네요.

    • 저는 홍상수 감독의 열렬한 팬이지요^^ 그분의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마치 그림을 그리는 듯한 느낌.^^

  • 2010.07.17 04:14 신고

    전 마냥 낄낄대며 봤는데,
    조금 진지하게 보셨는지
    리뷰를 참 잘 쓰셨네요.

    잘 읽고 갑니다.


아마도 내가 본 한국 영화중에 가장 많이 본 주인공을 찾으라면 배우 '박중훈'이 될것이다.
어릴적 청춘영화에서 부터 몇해전 '라디오스타' 까지 꾸준히 그의 연기를 봤다. 좋아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배우 박중훈은 우리 영화에서 빼놓을수 없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물론 나는 그의 연기를 좋아한다.

'내 깡패같은 애인' 은 저예산 영화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영화속 살림살이들은 궁상맞다. 박중훈은 추리링 차림의 단벌신사이고 여배우인 정유미도 단벌숙녀에 가깝다. 영화속에서 재미를 찾자면 아쉬운점이 있지만 영화가 주는 의미가 나쁘진 않다. 2% 부족한 영화이지만 부족한 나머지것들은 김광식 감독의 다음 영화에서 찾아야할것 같다.



# 2% 부족한 남자

깡패같은 한 남자가 있다.
'가오' 있게 멋진 차를 타고, 까만색 정장을 입고 내리면 까만색 정장을 입은 사람들의 90도 인사를 받는 그런 영화속 깡패가 아니다. 반지하에 월세를 살면서 가끔은 전단지 붙이는 소일거리도 하면서 맨날 추리링만 입고 다니는 그런 깡패다.




그렇다고 싸움질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욱하는 성질은 있지만 까불다가 얻어 터지기 일쑤인 그런 깡패다. 하지만 깡패로써의 '가오'와 자존심은 살아 있다. 깡패의 인생을 잘풀인 인생과 꼬인 인생으로 나눈다면, 심하게 꼬여서 앞이 보이지 않는 그런 인생이다. 한마디로 2% 부족한 깡패다.

남자는 교육방송을 보면서 자신이 공부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한다. 그러면서 새롭게 깡패 생활을 시작하는 후배에게 안쓰러움을 느끼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그의 호칭은 변하지 않는다. 밑바닥에서 뒹구는 이름없는 깡패일 뿐이다.

# 2% 부족한 여자

입사한지 3개월 만에 실직한 여자가 있다.
사회 생활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지방 대학을 나오고 어렵게 입사한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여자가 꿈꾸던 세상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시골에 있는 부모님께 손을 벌릴수는 없는 법. 여자는 반지하 방으로 이사를 하면서 인생에 찾아온 위기를 스스로 헤쳐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취업이라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보다 더 어렵다. 신경질나고 배고픈 생활의 연속이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도전해 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학벌과 인맥이 없는 여자가 겪어야 하는 타향살이는 생각보다 고달프다. 한마디로 여자의 인생은 무언가 2% 부족해 보인다. 더군다나 옆집에 사는 깡패같은 남자의 행동도 밥맛이다.


여자는 현실의 벽을 쉽게 허물지 못한다. 세상에는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 너무도 많다. 내가 많이 모자란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상은 아무런 죄도 없는 여자를 능력없는 백수로 만들어 버렸다.

깡패같은 남자와 옆집 여자 사이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서로를 보듬어 줄 형편이 되지 않는 무언가 2% 부족해 보이던 그들에게 과연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날수 있을까. 남자의 생활도 여자의 생활도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어울리고 싶지 않았던 두 사람은 일상의 소소한 일과 함께 서로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 2% 부족한 영화

영화는 부족한 남자와 부족한 여자의 생활을 보면서 희망을 찾아 본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라도 그들이 나누는 에피소드들은 결코 어둡지 않다. 부족한 것이 불행한 것은 아니다.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그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우아하지 않은 백조와 깡패같은 남자의 풋풋한 사랑이 이어진다.

아쉽게도 영화의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뻔한 에피소드와 뻔한 스토리의 전개가 이어진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은 지루하지 않다. 나쁜 남자는 나쁜 남자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실에 힘들어 하는 여자는 현실에 안주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끈임없이 움직이며 자신의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영화가 주는 부족한 2%가 치명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 들어는 봤는가, 라면 먹으면서도 눈이 맞을수 있다는 이야기를"

깡패같은 남자의 밑바닥 인생과, 갈곳이 없어 방황하는 여자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화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리얼하고 진지해 보인다.

영화속에서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는가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사람으로써 느끼는 외로움을 보듬어 주고 지켜봐주는 사랑의 힘을 이미 느꼈다. 그래서 그들이 보여준 헤피엔딩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될수 밖에 없다.

청춘스타에서 이웃집 아저씨로 변화한 박중훈의 모습과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준 정유미의 연기가 나쁘지 않다. 그리고 아쉬운 에피소드들을 사랑이 익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보여준 영화도 나쁘지 않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대단한 사랑의 위대함을 느끼는게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반추해 보기 때문이다.


내 깡패 같은 애인
감독 김광식 (2010 / 한국)
출연 박중훈,정유미
상세보기


영화를 보면서 인상깊은 장면이 있다.
면접을 보는 여자를 위해서 비오는 내리막길에 슬리퍼를 신고 달려가던 츄리링 입은 깡패가 미끌어져 잠시 뇌진탕에 걸리는 장면이다. 우리는 경사진 내리막길을 달릴때 슬리퍼를 신어서는 안된다는 평범한 교훈을 얻었다. 마음이 바쁘다고 무작정 뛰어 다니다가는 '가오' 안나오는 깡패의 모습이 되기 십상이다.
 
일상의 지루함이 괴롭힐때 이러한 교훈을 생각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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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6

  • 박중훈 때문에 영화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박중훈이 찍은 깡패수업(?)을 인상깊게 봤는데
    다시 박중훈이 깡패로 나오는군요. 이번에는 좀 가오가 안 스는. ^^
    박중훈의 영화라면 대부분 다 본 것 같습니다.
    일단 시간낭비 돈낭비라는 생각은 안 할 수 있는 배우 같습니다.

    맞습니다. 내리막길 달릴 때 슬리퍼(쓰레빠)는 쥐약입니다. -.-;

    • 개인적으로 라디오스타 라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영화가 주는 느낌이 참 좋더군요^^ 오랫동안 영화배우로써 생활을 했으면 좋겠네요. 그러고 보니 이제 추억의 배우가 되어가네요. 세월 참 빠르죠.^^

  • 아...저도 저 장면을 보면서 비오는 날 슬리퍼를 신고 내리막길을 달리는 짓은 하지 않아야 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여튼 이 영화 아주 재밌었고 기분 좋게 감상했던 것 같아요.
    박중훈 합기도 사범들에게 얻어 터져서 그렇지 그래도 쌈질은 좀 하는 거 같습니다. ㅋㅋ
    하지만 등에서 어깨를 타고 흐르는 용문신은 가짜 티가 좀 많이 나더군요.

    • 안그래도 Reignman님 리뷰를 보고 봐야겠다는 마음으 먹었었죠^^ 합기도 사범 ㅎㅎ 엉뚱하긴 하지만 재미있었네요. 용문신은 스티커 표시가 많이 나긴했죠. 저예산 영화라서 그랬을까요.^^

  • 현실적인 캐릭터에 모습들에 급호감을 느낍니다
    아마도 나와 그리 달라보이지 않아서 이겠죠
    영화도 그만큼 현실적인지 꼭 챙겨보고 싶네요 ^^

  • 박중훈은 이런 게 어울리죠.
    건들건들, 삶이 귀찮고, 나른한 한량이요.
    <해운대>에서의 박중훈은 어찌나 생경맞던지요. 참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습니다. 기대해보죠. 오호호~

    • 해운대 때 말이 참 많았죠. 사실 좀 어색하긴 했습니다. 더군다나 약간의 오버스러운 엄정화가 단짝이었으니 말이죠.^^ 영화를 너무 대충 찍지는 않았나 걱정이 들기도 했네요.ㅎㅎ 건들건들..

    • 으흐흐
      어제 밤에 이거 봤습니다. 오랜만에 재미났습니다. 감사합니다. ^^

  • 사실 좀 어색하긴 했습니다. 더군다나 약간의 오버스러운 엄정화가 단짝이었으니 말이죠.^^ 영화를 너무 대충 찍지는 않았나 걱정이 들기도 했

  • 제목만 2010.07.05 23:19 신고

    제목만 바꾸었으면 조금 더 흥행 했을 영화^^(누나는 동사무소랑 결혼 ㅋㅋ)

  • 흠. 이 포스튼 확신을 가지고 클릭을 했습니다.
    분명히 읽은 포스트이고 내 답글이 있을 것이다! 라고 확신하면서. ^^

    오늘은 역주행을 좀 했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쥐새끼처럼 시대의 역주행을 한 것은 아니니. ^^

    역주행 하면서 느끼는 점은 두가지입니다.
    분명히 읽은 글인데 왜 답글이 없을까. (읽고만 간 것이지요. ^^)
    왜 분명히 적은 것 같은 내 답글이 없을까. (잘 찾아보니 있습니다. 핫.)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래요. 벌써 12시 반이네요. ^^
    즐거운 역주행 마칩니다. 즐거운 시간이고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 역주행은 쥐와 파란색 스머프들이나 하는 짓이지요^^ 고명하신 비프리박 선생님 께서 하실일은 아니라고 사료됩니다.ㅎㅎ 이 깡패같은 정권 에서 어서 벗어나야 하는데 말이죠^^


군대를 졸업하고 난 후에 처음 본 영화 Leaving Las Vegas.
요즘은 노출이나 불륜에 익숙하지만, 그 때만 해도 이 영화는 꽤나 야한 영화에 속했다.
꽤 인기 있었던 배우 니콜라스 게이지, 떠오르는 여배우 엘리자베스 슈.
짧은 머리와 까만 얼굴을 들고 가장 구석진 곳에서 빨개진 얼굴과 구겨진 자세로 몰래 보았던 영화.



사랑하는 가족에게 버림을 받고 알콜 중독에 빠진 남자가 죽기 위해 떠난 곳은 라스베가스.
도망가고 쫓기고, 다시 도망가던 창녀가 살기 위해 찾은 곳도 라스베가스.

욕망의 도시에 두 남녀가 운명처럼 만났다.
서로의 눈에 새겨진 아픔을 단번에 알아 보게 되고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알콜 중독자와 창녀의 사랑. 그리고 욕망의 도시 라스베가스.
서로의 아픈 곳을 만지는 모습을 보며 남자가 죽지 않기를, 여자가 행복하기를 얼마나 바랬는지 모른다.

" 사랑이 짧으면 슬픔은 길어지지.."

죽어가던 남자가 남긴 말이다.
또 이 말은 살아남은 여자가 느끼는 마음이기도 하다.
하나도 야하지 않았다며 투덜되던 까까머리 친구 녀석의 입에 식은 김밥 몇개를 던져주며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남자의 아픔이 어떤것일까, 여자의 아픔은 어떤것일까.





20년을 훌쩍 넘겨 얼마전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남자는 20년전과 다름없이 술에 취해 비틀거렸고, 여자는 변함없이 거리에서 몸을 팔고 있었다.

세상은, 그들에게 놓여진 욕망의 도시처럼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남자의 아픔, 여자의 아픔을 조금은 알것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을 잃어 버린 남자의 아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고 나약한 위치에 있던 여자의 아픔. 그들의 사랑은 서로의 아픔을 아름답게 보듬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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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3때였습니다. 문성근 주연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가 상영된 것은.
    친구 녀석들과 단체 관람 갔습니다. 꼴깍. 침 삼키는 수컷들의 본능이 살아 있는 영화관이었지요. 야한 영화의 틀을 깨게 한 영화였습니다. 졸업하고 두 번 더 봤습니다. 장정일 원작의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역시 야한 영화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야한 영화 보다, 야동이 더 많은 이 시대에
    우리 언제 한번 손잡고 야한 영화 보러 가요. 꼴깍. ^^;;

    • 그 영화도 충격이었죠.^^
      전 군대에서 봤어요. 외출인가 휴가 나와서 말이죠. 그땐 충격이었는데 지금은 뭐 아무렇지도 않다는.^^
      시간 참 빠르죠. 그땐 영화본다고 주머니에 돈이 있을 시간이 없었는데 말이죠.

      요즘 야한 영화를 남자와 남자가 보러 가면
      이상한 소리 듣습니다.^^

  • 이 영화 본 후에 니콜라스 케이지를 좋아하게 됐지요.
    요즘은 전에 비해서 활동이 좀 뜸한것 같네요.
    잘 봤습니다~ ^^

    • 얼마전에 보니까...니콜라스 게이지가 배가 많이 나왔더군요. 요즘 사는게 좀 힘들다고 합니다. 빚때문에 말이죠.^^ 좋은 영화인것 같아요. 이 영화 역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 전이영화 야하다고 생각안해봤어요>
    제가 이상한건가 ㅎㅎ
    근데 연기하나는 끝내주더라구요..재미있게 본것중 하나였습니다.

    • 아마도 제 기억이 맞다면..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때에 야하다는 것으로 홍보를 했지 싶네요. 포스터도 당시에는 꽤나 야했다는^^
      연기 참 좋죠.. 술취한 사람의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웠다는..^^

  • ㅎㅎ 영화 이야기를 하니, 저도 어제 본 영화가 있습니다. 무려 두편이나 봤지요. 하나는 1979년작, 전영록, 이미숙 주연의 <모모는 철부지>, 다른 하나는 안성기, 이하나 주연의 <페어러브>. 공교롭게도 둘다 사랑 이야기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모모는 철부지>를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30년이 넘은 영화라 그런지 대사가 아주 재미있었죠. 그 영화를 보며 문득 윤종신 노래가 생각나더라고요. 제목은 모르겠는데, "먼지 쌓인 아버지 것(사랑)도 낭만 있잖니~" ㅎㅎ 딴 소리만 하고 갑니다.^^

    • 요즘 영화를 잘 보질 못합니다.
      제가 버릇이 있어서 무언가 삶의 구심점에서 잠시 벗어나게 되면 영화를 잘 보질 못하더군요. 아마도 원심력을 잃은 삶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페어러브..나름 좋은 영화인것 같던데요. 전 그렇게 잔잔한 영화 좋아합니다.ㅎㅎ 이미숙씨....뭐 한국 영화에서 최고의 여배우죠.^^

  • 저는 고등학교를 제대하고 이 영화를 보려고 했으나
    아직까지 못봤습니다.
    케서방의 신들린 연기력을 꼭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OST 참 좋네요. 역시 스팅 아저씨..ㅎㅎ

    • 아마도 Reignman님이 보신다면 케서방이 좋아할것 같네요^^ 니콜라스 게이즈의 영화중에 몇 안되는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어둡지만 꾸밈없는 인간의 모습을 볼수 있는것 같아요.

  • 아직 못본 영화군요. 아마도 기억엔 이 영화후부터 니콜라스 케이지가 액션쪽으로 눈을 돌린거 같던데요.
    어쨌든. 나름 올해는 영화 많이 보는 해로 정했습니다..ㅎㅎ..
    좋은 영화 많이 추천해주세요.

  • 죄악의 도시라던 라스베가스를
    제가 영원히 좋아하게 만든 이상한? 영홥니다 ㅎㅎ
    영화만큼 OST를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앨범에 실린 스팅과 피기스의 음악만큼
    케이지의 대사도 반복했죠

    "Maybe I shouldn't breathe too much. A-ha~"

    아 다시 또 라스베가스 가고 싶어져요 ㅠㅠ

    • 빈상자님이 이 영화를 좋아하시는건 진작에 알았죠. 스팅의 음악은 언제들어도 참 좋네요.ㅎㅎ
      저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죄악의 도시 라스베가스에 가보고 싶네요. 그때 빈상자님도 함께 가시죠. ^^

  • 리빙 라스베이거스. (원음 비스무리하게 읽은 걸 용서하시길. ^^
    니콜라스 케이지에게도 애잔함을 연기하던 때가 있었고
    (페이스 오프 같은 액션 블록 버스터만 찍는 게 아니라 ^^)
    엘리자베스 슈에게도 앳된 모습이 풋풋하게 묻어나던 때가 있었죠.
    (엘리자베스 슈의 그 후 영화도 본 게 있지만 이 영화가 먼저 떠오릅니다.)

    개츠비님 덕분에 이 영화본 그 시절까지 추억하게 되네요.
    흠. 다시 보면 지금은 어떤 기분일까. 사뭇 궁금해지는데요?
    보는 나는 좀더 성숙한 모습일테죠?

    • 90년대 즈음에 명작들이 많이 나왔죠^^ 지금 보더라도 좋은 그런영화들이에요. 니콜라스 게이지와 엘리자베스 슈의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었던^^ 조만간 한번 보세요. 저도 오랜만에 보니까 참 좋네요. 느끼고 생각하느것도 다르고 말이죠^^


한 남자가 비에 젖은 담배를 물고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남자에게 들리는 것은 오직 피아노 소리뿐.
남자가 발견한 것은 구석에 있는 피아노.
피아노 앞에 앉은 남자는 신이 나기 시작한다.




오래전 데이빗 헬프갓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샤인(Shine).
주책 스럽게도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매번 눈물을 흘린다.
시간에 힘들어 할때마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 영화를 보곤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랑하게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지금도 음악을 들을때마다 영화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세상을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부끄러운 열정과 순수한 사랑에 빠져들곤 했다.
불가능한것을 인정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는
이렇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인간의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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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4

  • 내용을 보기 전부터 귓가에 띠리리링 하고 울려퍼지는 듯 했습니다.
    너무 좋음!!!

    • 라흐마니노프의 곡은 너무 좋죠^^ 샤인이라는 영화를 보셨나 봅니다. 가끔 힘이 들때 보면 정말 좋은 영화죠.^^

  • 천재성에는 광기라는 요소가 없어선 말이 안 돼.
    라는 생각을 하는 저로서는
    영화에 나온 그 천재에게서 광기가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두 광기를 가질 순 없는 것이겠죠.
    세상에는 그만큼 많은 천재는 있지도 않으며
    그만큼 많은 천재는 필요치도 않을테니까요. ^^

    • 어쩌면 우리의 광기는 스스로의 행복을 찾는 일에서 보람을 찾아야 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데이빗 헬프갓의 이야기를 통해서 느끼는 감동도..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포기 하지 않는 열정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 영화를 보진 못했는데, 한번 봐야겠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더 보고 싶어지는데요? ^^

    • 아주 오래된 영화이고 조금 지루한 감은 없지 않지만 몰입해서 보시면 평생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되리라고 봅니다. 기회가 될떄 꼭 한번 보세요.^^

  • 개츠비님의 글과 올려주신 영상을 보니
    샤인을 한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ㅎㅎ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겠죠. ^^

    • Reignman님의 영화에 대한 사랑도 참 부럽습니다. 마음만은 불가능을 꿈꿔야 겠죠. 그의 지칠줄 모르는 영혼의 힘이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 우선 영화부터 봐야겠네요 ㅎㅎ
    근데 요새는 영화빨도 안먹히더라구요 ㅎㅎ

  • 블럭 맞추는 울 애기 보면서..
    오호..이거 ..천재아닐까...잠시 생각했다는...ㅋㅋ...
    모든 것을 넘어서는 인간의 승리를 볼때가 가장 감동스럽죠.

    • 주술적 관점에서 봤을때 따님은 천재가 맞습니다. 그리고 삼촌의 입장에서 봤을때 매우매우 똑똑한 천재가 맞습니다.ㅎㅎ






산자와 죽은자를 나누는 천사가 사랑에 빠졌다.
저승사자도 사랑에 빠질수 있다는 기대를 안겨준 영화.
City of Angels

비가 와서 축축한 영화관에서 빗물이 만들어내는 꼬릿한 냄새를 맡으며 어렵게 보았던 영화
오징어 땅콩을 먹어대며 사각 거리던 뒷줄의 뚱보 아저씨와 앉은키가 유난히 컸던 앞줄의 더벅머리 아저씨가 잊혀지질 않는 영화. 산만하던 영화관을 가득채우던 신비스러운 목소리.



샤프했던 시절의 니콜라스 게이지와 금발의 미녀였던 맥 라이언.
시간은 니콜라스 게이지에게 뱃살과 파산을 안겨주었고 영원히 늙지 않을것 같던 맥 라이언에게 주름을 한다발 선물했지만 영화속 그들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고 오래 기억된다.

'사랑은 따뜻하고도 아프다.'
천사의 목소리가 기억될 만큼 그들은 뜨겁게 사랑을 했다.
지상과 천상을 모두 어우룰수 있는것도 바로 '사랑'이 아닐런지.
 
영화를 보고 어둑해진 거리를 홀로 걸으며 '사랑'의 의미를 되새김질 하고 있을 때
태풍처럼 몰아치던 바람이 우산을 날려 버리고, 퍼붓는 빗줄기를 뚫고 달음박질 했다.
천사는 힘든 사랑으로 아파했지만
나는 지독한 감기로 일주일동안 아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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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4

  • 2010.04.26 20:14

    비밀댓글입니다

  • 세월의 힘이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가져다 준 것과 멕 라이언에게 안겨준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글과 사진이네요.
    시티 오브 엔젤, 제가 본 듯도 한 영화네요.
    덕분에 기억에 되살렸습니다. ^^

    • 이 영화 참 좋게 봤습니다. 이상깊은 영화관 풍경이었죠.^^ 세월은 한때 흠모하던 배우들의 모습마져 가져가 버리는군요. 배우들의 나이듬을 느끼면서 나도 늙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 정말 세월이 느껴지네요.
    맥라이언이 정말 발랄함과 귀여움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죠.^^..
    요즘 자라는 딸아이 보면서...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느낍니다..
    지금 우리도 그 예전 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날이 머지 않은것만 같다는..ㅎㅎ

    • 따님은 맥 라이언 보다 100매 정도는 이쁘지 않을까요? 제가 좀 볼줄 아는데 제가 봤을땐 그렇습니다.ㅎㅎ 한때는 남성들이 좋아하던 프렌치한 미녀였죠.^^

  • 비 개인 후 아침... 감성적인 글과 음악으로 하루 시작하네요 ^^
    오늘도 홧팅입니다!

    영상속 주인공들 참 풋풋해 보이던 시절이네요~ㅎㅎ

  • 캬...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영상입니다.
    니콜라스 케서방은 저때부터 대머리의 조짐이 보였군요.
    시원시원한 이마가 정말 멋있죠. ^^

    • 이분은 리빙 더 라스베가스에서 연기가 가장 좋았던것 같아요. 초점이 잡힐듯 말듯한 눈초리 하고 말이죠.^^ 많이 늙었더군요. ^^

  • 그러고보니 맥라이언님 요즘 잘 사시는지 모르겠네요.ㅎ
    프렌치키스였나? 완전 초 절정 울트라 캡숑 인기였는데..

    • 라이언 이모님은 잘 살고 계실겁니다.ㅎㅎ 군대에서 외박 나와 보았던 시애틀의 잠못드는 밤. 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는군요.ㅎㅎ

  • 맥라이언은 뭐니뭐니 해도 [해리와 셀리가 만났을 때]죠.
    기억을 꿈꾸는 이들은 기억을 미화시키기도 하지만, 때론 변형된 기억에 미소 짓곤 합니다. 천사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기대감을 갖게 해준 영화. 역시.. ㅋㅋ

    • 그당시 맥라이언풍의 영화가 참 많이 나왔죠. 프렌치한 금발의 여인...물론 도어즈라는 영화에서 그 이미지를 깨긴 했지만 말이죠. 죽음의 신 하데스도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저승사자라고 사랑을 못할리는 없겠군요.^^


박찬옥 감독의 영화임을 알고 봤지만 영화는 결코 쉽지 않았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이나 보고 난 후에도 평론가들의 글은 보지 않는다. 영화의 해석은 독자의 느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평론가의 글을 찾을수 밖에 없었다. 물론 평론가들의 말조차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영화 '파주'는 처제와 형부의 불륜을 묘사한 영화인줄 알았다.
적어도 '금지된 사랑'이라는 애틋한 감정을 그린 영화인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그 애틋한 감정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제목이 왜 '파주'가 되어야 하는지 궁굼해야 했다.

파주
감독 박찬옥 (2009 / 한국)
출연 이선균, 서우, 심이영, 김한준
상세보기

목소리가 좋은 배우 이선균과 신인배우 '서우'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서우'는 처음 보는 여배우였지만 인상깊은 연기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 파주, 변화와 상실의 혼란스러운 공간.

영화는 점차 개발의 변화를 맞고 있는 파주를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개발로 인해서 도시화가 되어가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개발로 인해 갈곳을 잃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파주'는 이렇게 우리 시대에 변해가는 시대의 혼란스러움을 말하고 있다. 주인공들이 겪는 감정의 변화도 '파주' 가 겪는 혼동과 혼란스러움과 비슷하다.



'파주'는 사람들에게 이 되기도 하고 절망이 되기도 한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곳으로 밀려들고 그곳에서 꿈을 잃어 버린 사람은 하염없이 다른 곳으로 떠나기도 한다. '파주'는 개발과 변화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

" 그 남자의 파주 "

남자는 도피처로 파주를 선택한다.
시대에 저항하여 지명 수배로 쫓기는 남자, 해서는 안될 선배의 여자를 사랑한 남자, 그리고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그녀의 아이를 다치게 한 남자. 이 남자는 '파주'로 갈수 밖에 없었다. 그는 그것에서 절망을 느끼지도, 희망을 느끼지도 못한다. 

남자는 특별한 꿈을 꾸며 '파주'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목회자의 길을 포기한 것도, 다시 서울로 돌아가지 않은 것도 남자에게는 피할수 없는 선택이었다. 혼란스러운 남자, 뿌연 안개가 자욱한 미래의 시간만 존재할 뿐이다. 남자는 '파주'에 그저 방향을 찾지 못한채 머물러야 했다. 


영화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이루어질 수 없는 세상을 꿈꾸는 한 남자의 복잡한 마음을 '파주'라는 공간을 통해 담고 있다.

남자는 세명의 여자를 만나게 된다.
첫번째 여자는 이루어질수 없는 유부녀였다. 선배의 부인이라는 것, 그리고 이루어지기 어려운 세상을 꿈꾼다는 것. 그 두가지 모두 그는 넘어설수 없었다.
두번째 여자는 모든것을 체념한 그에게 다가온 사랑이다. 거창한 미래를 약속할수 없었던 남자가 그토록 두려워 했던 사랑인지도 모른다. 체념속에서 새로운 희망이 생겨날때 불의의 사고로 그의 곁을 떠난다.
세번째 여자는 처제다. 그가 숨겨야할 엄청난 비밀을 가진 여자. 그리고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죽은 여자의 동생. 하지만 이 여자도 해서는 안될 금기된 사랑이다.

" 그 여자의 파주 "

여자에게 '파주'는 변하지 않는 익숙한 공간이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물려준 집이 있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언니와 함께 사는 곳이다. '파주'는 그녀를 보호해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다.



변화를 원치 않는 그녀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사랑하는 언니를 한 남자가 차지해 버렸다. 언니와의 공간도 그 남자가 차지해 버렸다. 하지만 그 남자를 미워할수가 없다. 어쩌면 그 남자를 사랑하는 지도 모른다. 변화가 두려운 그녀에게 이 남자의 등장은 '상실'의 의미로 다가왔다. 언니를 잃고 사모하는 남자를 잃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파주'를 떠나 본적이 없던 여자는 세번 '파주'를 떠나게 된다.

형부를 미워해서 떠났던 처음, 그녀는 언니를 잃었다. 그리고 언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그녀는 영원히 알지 못한다. 형부를 사랑해서 파주를 떠났던 두번째, 그녀는 자신의 기억속의 '파주'를 잃었다. 그녀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왔을때에는 예전처럼 조용한 공간이 아니었다. 개발의 바람속에 밀려나지 않으려는자의 치열한 투쟁만이 남아 있었다.
세번째 파주를 떠날때, 그녀는 사랑을 잃었다. 언니의 죽음에 숨겨 있는 비밀이 바로 자신의 실수라는 것을 영원히 깨닫지 못한채 떠났다. 그녀가 알고자 했던 진실을 잃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파주'를 떠날때 그녀 주위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끼인다.



영화는 처제와 형부의 금지된 사랑을 담은 애틋한 러브스토리는 아닌것 같다.
'파주'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통해서 남자와 여자와의 만남과 이별의 묘한 교차점을 만들고 있는것 같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상실'의 실체를 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남아 있는것 같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이 결코 거짓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는 감정 또한, '진실'과 '거짓'사이에서 수없이 방황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신인 여배우 '서우'의 연기와 이선균의 연기가 인상깊다. 몇번을 봐도 이해를 하지 못할것 같긴 하지만 아마도 이것이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다음에 박찬옥 감독의 영화가 나온다면 마케팅과 영화의 내용이 일치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불륜을 기대하거나 노출씬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분명 실망했을 것이다. 물론 이선균씨의 탱글한 엉덩이가 나오긴 하지만...나는 즐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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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6

  • 파주.. 보고 싶은 영화지만 아직 못보고 있네요.
    저도 같은 궁금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 부분의 글은 살포시 넘겼어요.
    이선균의 엉덩이를 기대해 보면서 조만간 챙겨 보겠습니다. ㅎㅎ

    • 평가가 극과극인 영화죠. 저는 괜찮게 봤습니다. 물론 마케팅이 좀 아쉽긴 했죠. 뭔가 속은 느낌이랄까요. ^^

  • Daisy 2010.01.06 20:54 신고

    '파주'라는 영화제목이 많은 걸 내포하고 있는 듯 싶었는데, 역시 그랬군요.

    가볍게 생각하고 본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가 있죠.
    홍보의 방향과 상충되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보고 싶은 영화가 되었네요.ㅎㅎ

    • 저도 이런 영화를 좋아합니다.^^ 무언가 여운이 가는 영화, 관념적이면서도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인것 같아요.^^

  • 가신 분의 명의로 남은 것들을 정리하느라 바쁜 하루였습니다.
    눈과 바람과 추위에 세상은 꽁꽁 얼었고, 이리저리 동분서주 마음은 착잡했습니다.
    날이 섰던 아픔의 모서리도 시간의 흐름에 점점 닳아 가는 듯합니다.

    오랜만에 올리신 영화 관련 포스팅에 반가움입니다.
    누리꾼들의 평판이 극과 극이네요.
    같은 공간과 시간을 지나오지만 우리들 각자는 서로 다른 기억을 담는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무겁게 가라앉는 느낌으로 읽어 내려오다 “사랑하면 클난다”에 뿜었습니다. ㅋ
    파주. 현실에서의 제 삶에서도 파주는 아픈 기억의 도시입니다.
    개츠비님 파일 공유 좀... 에효~ :)

    • 그러셨군요. 날씨가 춥기도 해서 어려운 걸음이셨을것 같습니다. 기억이 부르는 날이 가끔 찾아 오겠지요.
      영화를 보지만 글은 올리지 않았죠. 스포일러가 만발한 글들이라 감상평 쓰기도 사실 조심스럽습니다. 아마 숲님이 보신다면 더 좋은 감상평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보는 사람마다 느낌과 포커스가 너무도 다르더군요.

      저도 군대 훈련소가 파주에 있었지요. 요즘은 참 많이 변한것 같습니다. 가끔 태그에 심퉁맞는 단어를 쓰긴 하는데 알아 채시는 분은 거의 없더군요.^^ 저도 다음에서 다운받아봤습니다.^^

  • 아아. 영화를 보는 동안 이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 후에 평론가의 말들도 알듯 말듯 하고
    몇번을 더 본대도 이해가 될지는 알 수 없고, ...
    어렵네요. -.-a
    차라리 형부와 처제의 애틋한(?)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라면 오히려 어땠을랑가. -.-;
    물론, 그렇대도, 이 영화 자체가 가진 매력이나 힘이 있다면 그걸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구요.

    흠흠. 파주는 제가 사는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군요.
    혹시 G가 그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발 국민들아 강바닥 좀 파 주! ^^
    우리는 그래야죠. 네 무덤을 '파 주'마! ^^;
    어째 우리의 답글에서 이제 정체불명의 G는 필수 등장인물이 된 것 같습니다.
    ※ 여기서 G는 특정인을 지칭하는 말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후우.

    • 사실 전 좋게 봤습니다. 관념을 언어와 영상으로 만들어 내는게 참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가 주는 영상미와 주인공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강바닥을 파~주 라고 할땐, 먼저 손바닥에 침을 퉤퉤 뱉고 대퇴부에 하복부의 근육에 힘줄을 당긴후, 오른팔과 왼팔의 유기적인 힘의 분배에 신경을 쓰면서 열심히 파야 할것 같습니다. 물론 강바닥이 아니라 무덤이겠지요. 아마도 G의 삽은 끝이 뾰족해서 사람들의 마음까지 후벼파나 봅니다.

  • 파주를 교집합으로 하는 답트랙백, 날려봤습니다.
    요즘은 트랙백이 '주고 받는' 개념이 아닌 것이 대세인지,
    아무리 보내도 받기는 힘들던데... 큭.
    몸소 대세에 거슬러 봤습니다.

    • 삶은 교집합을 통해서 느끼는 거겠죠.
      다른것 같아도 다름이 아닌것이 영화와 현실이 아닐까요. 흠흠.크큭..

      대세를 거슬러 오르는 것이 꼭 연어만 있겠습니까. ^^

  • 몇 번을 보아도 또 보게 만드는 영화라면 정말 잘 만든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에겐 12몽키즈가 그랬었다죠...
    보아도 보아도 새로운 디테일이 보이거나, 자꾸 생각나거나... 잘 만든 영화의 묘한 매력입니다.

    • 작년에 보았던 영화중에 좋게 보는 영화중의 하나입니다. 영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영화도 마케팅과 직접보는 시선이 달라서 그렇지, 여러모로 오래 기억될것 같은 영화인것 같습니다. 꼭 보세요.^^

  • 기대하고 있던 영화인데요. 집에서 며칠 쉬는 동안 챙겨봐야겠습니다.
    저도 이선균의 탱글한 엉덩이는 별루지만 웬지 더 기대되네요.

    • 제가 바란 노출도 이런 노출은 아니었던게지요. 이선균씨가 멋있긴 하지만, 제가 바란 노출은 그의 노출은 아니었던것이지요.크큭.. 시간 되면 사랑하는 그녀와 꼭 보시기 바랍니다. 꽤 여운이 긴 영화가 될것 같네요

  • 솔직히 서우를 보기 위해 봤던 영화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는 점은 생각하지 않았더랬죠. 그러면 기대가 커질까봐. 영화를 다 본 후 들었던 느낌... 공허함?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무엇을 견뎌야 하는 것이 사람인가 보다... 뭐 그런 생각을 했더랬죠. 그게 참 무섭습니다. 절대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마도 스스로에 대한 한계와 유한성을 느끼겠죠. 얼마 전 제 글에서 썼던 절망이라는 단어에 대한 풀이인데, 절망...
    에고.. 말이 길어집니다. 아무튼 파주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여기서 다시 보네요. ㅎㅎ

    • 여배우가 연기를 잘하더군요. 불륜을 코드로 했지만 불륜만을 위한 영화는 아닌것 같습니다. 이선균의 엉덩이를 기대한것은 아니었습니다.^^ 암튼 기억에 오래 있는 영화네요.


영화를 안본지 꽤 되었다는 생각(한 100만년쯤?)에 별다른 생각없이 꺼내든 영화 김씨표류기.
개봉할 당시에 그저 그런 코메디물이라고만 생각을 해서 애써 보지 않은 영화였다.

시원한 배우 정재영과 매력적인 여자 정려원이 만든 영화였지만, 10년만에 한번씩 찾아오는 영화의 권태로움에 취해있을때라서 과감하게 포기해버린 영화이기도 하다.이영화를 이해준 감독이 만들었다는것도 최근에야 알게되었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는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러했고, 이야기의 설정도 참신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코메디의 단골인 조폭이 나오지 않아서 더 좋았다. 수년간 조폭들이 주름잡던 코메디영화는 정말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표류기
감독 이해준 (2009 / 한국)
출연 정재영, 정려원, 박보영
상세보기


영화는 가벼운 웃음을 전해주는 코메디물 같지만, 영화의 설정과 장면들은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의 느낌도 함께 전해준다.

"섬에 갇힌 남자"

한 남자가 한강에서 투신을 결심한다.
대출이자를 확인하고 자신의 미래를 잠시 생각해 보니 도저히 살아갈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하는일마다 잘 되질 않는다.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애인은 변심을 강행했다. 돈은 없고 카드는 하나둘씩 정지 되어 간다. 이렇게 살아서 무엇을 하겠는가. 눈 딱감고 뛰어 내리자. 어짜피 수영도 못하니 이것보다 더 확실한 자살방법은 없다. 다시 눈을 뜨면 그곳이 곧 극락이리라. 이 남자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한강으로 뛰어 내린다.



재수없는 놈은 잘 죽지도 않는다.
눈을 떠보니 극락은 커녕 쓰레기 더미와 함께 강변에 밀려와 있다. 이 얼마나 모진인생이던가.
남자는 정신을 차리고 63빌딩을 쳐다본다. 저곳에서는 확실히 죽을수 있으리라. 남자는 자기가 날지 못하기 때문에 확실히 죽을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리고 63빌딩을 향해 가고자 한다.

하지만 남자는 그곳에 갈수가 없다. 그가 떠내려온 곳은 육지로 이어지는 길이 없다. 아무도 살지 않는곳. 도심속에 갇혀있는 밤섬에 갇힌 것이다. 정말 갑갑한 인생이다. 이남자 갑자기 살고 싶은 마음이 밀려온다. 그는 강변 모래사장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애를 쓴다.

---  HELP ---

하지만 아무도 그의 모습에 관심을 갇지 않는다. 바라보는 풍경은 수많은 빌딩들이 아름답게 늘어져 있는 도심의 모습이다. . 남자는 그 곳에 완벽하게 갇혀버렸다.

"섬에 사는 여자"

이 남자를 몰래 지켜보는 여자가 있다.
수년동안 방밖을 나가지 않는 여자. 자신의 얼굴에 있는 흉이 무서워 사람을 모두 피하는 여자. 그녀는 자신만의 작은 공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규칙적으로 지켜왔다. 컴퓨터 속의 세상만으로 만들어갈수 있다. 어느 누구도 온라인에서는 그녀의 얼굴에 있는 흉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람들을 피해 자신만의 섬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망원렌즈 앞에 외계생물체가 포착되었다.
이상한 복장을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변태다. 도심속의 외딴섬에 인간이 살고 있을리가 없다. 이 남자는 분명히 외계생명체임에 분명하다. 이 여자, 호기심이 발동한다.

" 소통과 외로움"

영화는 남자와 여자가 가지고 있는 서로다른 공간을 '섬'이라는 외로운 곳으로 표현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 아닐까 싶다. 수많은 사람들속에 느끼는 외로움. 그리고 그속에서 더 깊이 파고들어 자신만의 공간으로 도피하면서 느끼는 외로움. 그것은 남자와 여자가 가지고 있는 공간의 또다른 모습일 것이다.

가벼운 웃음을 던져주는 영화이지만, 영화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어쩌면 발전하는 문명과 함께 서서히 후퇴하는 인간과 인간과의 감정적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영화를 통해서 느껴진다. 무언가 꼬집어 말할수는 없지만 관객이 주인공과 느끼는 공통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영화는 섬에 갇히 남자와 섬에 사는 여자가 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방법들이 나온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간의 소통을 통해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물론 남자의 희망이 짜장면을 먹는다는 웃긴 설정이긴 하지만, 남자의 삶을 통해서 스스로 포기하려고 했던 자살과 절망을 극복하게 만들어 준다. 여자 역시 남자의 삶을 지켜보며 자신의 갇힌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한다. 이렇게 영화는 절망적 상황에 놓여있는 남자와 여자의 공간을 희망으로 바꾸어 나간다.

짜장면을 먹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정재영의 모습은 많이 우습다. 약간은 멍청해 보이는 그의 시선과 행동은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노출연기.. 설사를 하면서 꽃을 따먹으며 우는 장면은 배설과 질긴 생명력을 함께 보여주는 최고의 장면이다.(혹여 따라하는분이 있으면 곤란하겠다)



아무튼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그들은 고립된 공간에서 극적으로 탈출하게 되고 서로를 만나게 된다. 서로가 갇혀있던 절망의 섬에서 탈출을 했다. 얼굴도 모르던 그들은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게 된다. 서로의 손을 마주잡는 순간 남자와 여자는 고립된 공간을 벗어난다. 그리고 서로간의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



연기잘하는 배우 정재영의 모습을 이 영화에서도 볼수 있다. 눈큰 사람이 웃긴 연기를 하면 더 재미있다. 정려원의 알듯말듯한 매력도 볼수 있다. 웃고 사라지는 영화가 아니라 조금더 긴 여운을 만끽할수 있는 영화다. 고된 생활에 찌들어 갈때 한번쯤 웃으며 볼수 있는 영화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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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7

  • 오래간만에 영화리뷰를 올리셨네요. ^^
    천하장사 마돈나도 그렇고 김씨 표류기도 그렇고,
    이해준감독은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소재를 유치하지 않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정재영씨의 능글맞은 연기도 인상적이었고요. ㅎㅎㅎ
    밤이 깊어가네요. 편안한 밤 되세요. =)

    • 볼만한 영화인것 같네요. 감독의 특성도 보여지는것 같구요. 정재영씨 정말 연기는 잘하죠.^^ reignman님도 편안한밤 되세요.

  • 보고싶어지는데요.ㅎ
    다음 주말에 빌려봐야겠어요.ㅎ 정재영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저도 이영화를 깜박하고 있었네요.

    • 저도 DVD가 출시되고 나서야 봤네요.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너무 가볍지도 않구요. 정재영씨 노출연기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ㅎ

  • 극장에서 관람을 했는데 정말 찡한 영화였죠
    코믹적 요소속에 숨겨진 많은 사연들
    저같은 경우는 과연 사회나 국가를 포기하는 것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 웃음뒤에 잔잔한 감동이 있더군요. 눈가에 촉촉하게 젖어있는 두 배우의 연기도 좋았던것 같아요.^^

  • 뭉실이 2009.09.30 02:23 신고

    저도 이영화 봤는데 ..뭔가 많은걸 느끼기엔 제 수준이 딸리네요 ㅎ
    재밋게 보긴했지만 ㅎ

  • 2009.10.01 17:50

    비밀댓글입니다

    • 한가위를 지나고 나서야 인사드리네요. 요즘 경황이 많이 없어서 시간이 뒤죽박죽입니다. 수확의 계절이 지나고 나면 겨울이 오겠죠. 올 겨울은 조금더 따뜻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 제 별명중에 하나가 사실 김씨입니다..^^..
    그래서 꼭 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봤네요. 주변에선 다들 평도 괜찮던데 말이죠.
    이번 연휴에 시도해볼까 싶네요..
    한동안 잠수타다 이웃방문 중입니다.
    짧은 연휴지만 마음의 여유도 찾는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기 바래요.

    • 그렇군요.ㅎㅎ 김C가 참 잘생겼죠. 털털하구요. 아무튼 이영화 가족들과 보기도 괜찮은것 같습니다. 정재영의 엉덩이 노출 연기만 뺀다면 말이에요. ^^

  • Daisy 2009.10.04 19:36 신고

    오랫만에 오셨네요.ㅎㅎ
    기다리다 지쳐서 망부석(요거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죠!!) 될 뻔 했습니다.ㅋㅋ
    암튼 반갑습니다~~!

    이젠 추석도 연휴도... 별로네요.
    월요일이 좋아요~~ㅎㅎ

    • 망부석이 안되어서 다행입니다.^^ 주말이 되면 할일이 없어서 그런것 같아요.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만..^^

  • 하루종일 하릴없이 이짓저짓 하다가... 이곳까지 왔는데... 역쉬...
    이 영화. 단순한 영화가 아닙니다. 언젠가 사회문화적 분석을 시도해봐야 할 영화, 현대사회인들에 내포하는 바가 무지 많은 영화, 저는 그렇게 봤더랬습니다. ㅎㅎ 여주인공에 이끌려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가, 영화가 끝난 후에 많은 생각을 했던 영화.. ㅎㅎ

    • 저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셨군요.ㅎㅎ 이 영화 나름대로 생각할게 좀 있는것 같습니다. 코미디 영화는 글을 잘 적지 않는데 뭔가 알수 없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같이 느끼셨다니..역시 소개팅남은 다른군요.

  • 그래도 읽고 나면 참 유쾌해지는 책이죠. 아마도 작가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얼마전, 산악등반 도중에 목숨을 잃은 여성 등반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상에 오르는것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녀의 못다 이룬 꿈과 열정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산악등반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지만, 정상을 향한 인간의 꿈은 늘 경외롭기만 하다. 안타까운 죽음을 보면서 문득 떠올랐던 영화가 바로 내사랑 아이거(North Face)다.

내 사랑 아이거
감독 필립 슈톨츨 (2008 /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출연 벤노 퓨어만, 플로리안 루카스, 요한나 보칼렉,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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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아이거는 히틀러 시대를 살아가던 독일의 젊은 등반가 2명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아이거 등반을 하게 되는데, 영화속에서 펼쳐지는 화면들이 너무도 리얼하게 펼쳐진다. 눈덮인 알프스의 산자락에서 생존을 위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열정과 위대함을 볼 수 있다.


사랑 하나, 우정 둘.

두 젊은이가 환하고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며 중년의 여자는 기억을 더듬어 간다. 애국심이 강요되던 나치 시대를 살아가던 두 젊은이가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아이거를 오르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던지던 때를 기억한다. 그들은 산을 사랑했고, 산을 오르길 좋아했으며, 무엇보다도 산을 두려워 했다. 그리고 아이거 정상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자는 다시 기억을 더듬어 간다. 두 젊은이가 아이거 정상을 오르기를 결심한 것은 바로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에게 아이거 정상은 산악인으로서 극복해야 할 난관이었고, 사랑을 위한 약속이었으며, 우정을 위한 맹세이기도 했다. 그리고 삶을 위한 또다른 도전이기도 했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목표를 위해 아이거 정상을 향해 떠났다.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아이거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서 떠났다. 아이거 정상에서 그들은 사랑과 우정을 영원히 심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도전이 되었다.

내 사랑, 아이거

영화는 눈보라 속에서도 정상을 향해 가는 산악인의 치열한 모습을 담아 낸다. 뜻하지 않은 동반객들 덕분에 그들은 더욱더 힘든 상황을 맞게 된다. 맑던 날씨가 갑자기 바뀌고 눈보라가 치고 돌이 떨어져 내린다. 그들은 죽음의 문턱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발씩 한발씩 정상을 향해서 나아간다.


산 아래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이 있다.
애국심을 강요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죽거나 정복하거나 둘중 하나에 관심이 있다.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삶이든 죽음이든,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다. 두 젊은이를 바라보는 애처로운 눈빛도 있다. 두 젊은이를 사랑하는 여인은 아이거 정복과 무사귀환을 위해서 기도한다. 결코 고백하지 않았던 사랑의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그녀는 투박한 젊은이가 건네던 사랑의 눈빛을 기억한다.


갑자기 몰아닥친 폭풍은 정상을 향한 진격도, 산아래를 향한 후퇴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추위와 공포에 사로잡히고 부상당한 동료의 눈물을 맞이 하게 된다. 스스로 삶을 택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택할 용기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죽어가는 동료를 위해서 하산을 결정하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앞을 보기도 힘든 눈보라는 그들을 죽음앞에 서게 한다.

친구를 살리기 위해 한 친구는 자신의 몸에 걸린 생명줄을 스스로 끊어 버린다. 함께 산을 오르던 오랜 친구는 아이거 산의 아래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친구를 잃은 슬픔과 죽음의 공포는 살아남은 자를 괴롭힌다. 그가 죽음을 기다리던 어느 추운 계곡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여인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살아돌아오라고 절규한다. 한뼘의 공간에서 그는 죽음의 공포로 부터 이겨내며 밤을 지새운다. 그는 살아 내려가야 한다. 사랑을 위해서, 그리고 다시 오를 아이거산을 위해서.



그가 구출되기까지는 불과 몇미터가 필요했다. 추위에 온몸이 마비가 되고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는 기적같이 살아서 조금씩 내려왔다. 그를 기다리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온몸을 녹여줄 구조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된다..조금만..

결국 그는 허공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온몸이 얼어붙은채 죽어갔다. 그가 살아야 했던 이유중의 하나인 여인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그는 끝내 이겨내질 못했다.
아이거 산의 비극은 두 젊은이의 목숨을 빼앗아 갔고, 한 여인의 사랑과 우정을 빼앗아가 버렸다. 결코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았던 아이거 산은 이듬해에 어느 산악인에 의해서 정복되었다.

조금은 뻔한 이야기갔지만, 영화의 모든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산과 싸워야 했던 두 젊은이의 치열한 생존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죽음을 앞둔 두 젊은이의 절규하는 목소리는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귓가에 맴돈다. 그리고 영원히 묻혀버려야 했던 젊은이의 열정과 사랑도 잊혀지질 않는다.

자연과 싸우는 인간의 모습은 늘 치열하다. 사랑을 위한 젊은이의 수줍은 미소는 언제나 순박하다. 그리고 죽음과 치열하게 맞서는 인간의 모습은 늘 눈물겹다. 내사랑 아이거는 이러한 여러가지 감정들을 동시에 마주할수 있다. 정상을 향한 우리들의 모습도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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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1

  • 자연과 마주하는 것이 때로는 참으로 처절합니다.
    언젠가 읽은 글에서는
    자연이 쉽사리 자신의 내부로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것도 같구요.
    자신의 내부로 누군가 들어오는 것에 가끔 우리의 목숨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살짝 빗겨나가는 생각이지만
    자연은 자신의 파괴에도 큰 댓가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자연의 재앙도 어찌 보면 인간들이 자연을 망가뜨려가는 것에 대한
    비용 요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이 경우 망가뜨리는 것은 쥐의 세력 같은 것들이고
    목숨을 희생당하는 것은 죄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흠흠.
    한번 챙겨보고 싶은 영화네요.

    • 얼마전 세상을 떠난 고인의 글씨를 보면서 이루지못한 인간의 꿈을 볼수 있었습니다. 말씀하신것처럼 자연의 모습은 오만한 우리들에게 깨달음을 주는것 같습니다.

      이영화는 무모한 인간의 도전에 대한 영화는 아닌것 같습니다.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 했던 무언가의 이유가 있는것 같아요.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꼭 한번 보세요.^^

  • 갑자기 이번에 고인이 되신 분이 생각나는 것과.......

    한편으로는 자연을 망가뜨리려 하는 일부 집단이 생각나는 것은...... 후..... -_-;;;

    • 자연을 망가뜨리는 일부 집단이라 하심은..소녀시대의 유명한 노래..쥐~쥐~쥐~쥐~ 베이베.를 말씀하시는건가요?ㅎㅎ

      좋은 영화인것 같습니다. 시간되시면 꼭 한번 보세요.^^

  • 산악인들의 사고 소식을 접할때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던데요.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한 열정과 감동이 있는 거겠죠.
    저에게 그런 마음을 갖게할 무언가가 있었으면 할 때가 많네요.^^.
    있었던거 같은데...

    • 단순한 재난영화는 아닌것 같습니다.^^ 무언가 삶에 지칠때 보시면 도움이 될듯 하네요. 무모한것 같지만 도전이라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겠죠.^^ 한주가 시작되었네요. 이번주도 우리 화이팅 해요.^^

  • 지구상 그 어떤 생명체도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론 생각지 않죠. 산악인 고미영씨 사후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참 씁쓸했어요. 보고 싶은 영화를 이렇게 또 하나 챙겨주시네요.

    • 아마도 깊은숲님이 영화를 보신다면 저하고 비슷한 생각을 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가까운 DVD샵에 가시면 보실수 있습니다.^^

  • ABALONE 2009.08.10 23:24 신고

    마지막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픈데, 영화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학때 공룡능선에서 저렇게 자일에 매달려 있었던 기억도 나는군요.

    숨이 끊어질 듯, 힘든 산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는지 조차도 모른 채...
    그저....그냥 좋아서 다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ㅎㅎ

    지금은 운동겸 비상계단을 이용하곤 하는데, 이것조차 힘이 드니.....ㅎㅎ

    • 닉네임이 갈수록 오묘하군요.ㅎㅎ 자연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닌 영화인것 같아요. 아픔도 있고 이루지 못한 꿈도있겠죠. 저는 운동겸 비상계단을 오를 꿈조차 꾸지 못한답니다.ㅎㅎ

  • 다시 눈을 뜨면 그곳이 곧 극락이리라. 이 남자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한강으로 뛰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