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친구 녀석이 느닷없이 결혼을 하겠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며 선언을 했던 녀석이기도 했고, 해전 모임에서 보았을 때에도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녀석이라 조금은 의아스러웠습니다. 오랜만에 결혼을 핑계로 녀석과 마주 앉아 술을 한잔 했습니다.

녀석은 결혼 소식을 전하느라 얼굴이 빨개졌고, 먹는 술을 먹느라 나도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 자기 선언

 

녀석에게는 오래 전부터 독특한 술버릇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말이 없는 비관주의자지만, 술만 먹으면 말이 많아지는 비관주의자가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어설프게 쇼펜하우어에 심취한 이후론 친구들과의 대화도 뜸해졌고, 군대에 다녀온 이후론 인도철학에 심취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마음씨 만은 착한 녀석이어서 친한 친구들 명이 언제나 녀석을 챙겼고, 술을 좋아하는 녀석 덕분에 모임이 있는 날이면 오랜 시간 녀석의 개똥철학을 들어줘야 했습니다.

 

녀석에겐 특별한 술버릇이 있었는데 장황하게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나선 덧붙이는 말이 있었습니다. 취직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일년만 해보고 안되면 중이 되겠노라 이야기했고, 취업을 하고 이후에 적성에 맞지 않다며 고민 할때에는 일년만 일해보고 안되면 이민을 가겠다고 선언했죠. 사랑에 빠져 연애를 때에는 일년만 해보고 안되면 독신으로 살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놀랍게도 녀석이 이야기한 '일년만' 대부분 성공적이어서 1 안에 취업을 했고, 1 안에 승진을 하고 회사에서 자리를 잡았죠. 외에도 그가 선언한 '일년만'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아쉽게도 '사랑'만은 예외였습니다.

 

녀석의 '선언' 엄숙한 것이어서 뒤로는 변변한 연애 한번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누군가 녀석에게 '일년만' 갖는 의미에 대해서 장난스럽게 물었고, 녀석은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일년만'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물론 아무도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저 해괴한 '자기선언'이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 사랑 이야기

 

남자들의 수다란 꽤나 경직되고 뻔한 것이어서, 서로의 안부와 친구 들의 근황 이야기가 오고 갔고 함께한 4년의 비참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리고 안주가 거의 떨어질 무렵에서야 녀석의 사랑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성격
좋기로 유명한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일년간 지켜보기로 했답니다. 부담스러운 나이차이 때문에 다가서질 못하고 말이죠. 일년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게 진정한 사랑인지 아닌지를 있을 같아서였죠. 일년간의 지켜봄 끝에 그녀를 사랑한다는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일년간 그녀와의 연애를 시작하게 된거죠.

 

사랑만 가득할 같던 연애 기간 동안 참으로 많은 다툼이 있었답니다. 성격차이, 취미차이, 종교차이, 나이차이. 그럴 때마다 여자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졌다고 해요. 하지만 일년간의 지켜봄이 있었기에 변치 않는 사랑을 있었던 거죠. 일년의 연애기간 후에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했다고 합니다. 사랑에 대한 확신 들게 된거죠.

 

술잔에 비워질 무렵, 녀석의 그녀가 나타납니다. 녀석의 엉뚱한 면과 달리 서글서글한 인상에 목소리가 아주 좋습니다.

서로 마주 보며 싱글 웃어주는 모습이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살다 보면 시간에 지쳐 지낼 때가 많습니다. 익숙한 것에 싫증이 때도 있구요. 인연에 대해서 지루함을 느낄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순간적인 감정에 따라 행동할 때가 많죠. 우리의 삶에 있어 진지함이라는 것은 섯부른 감정이 아니라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다시 되물어 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무언가가 우리의 진심이겠죠.

 

녀석의 오랜 행복을 빌어주며 어둑해진 거리를 나섭니다.
녀석의 엉뚱했던 자기선언이 '삶의 진지함' 대한 다른 해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루의 다짐, 사랑의 깊이, 삶의 무게. 모든 것들을 가벼운 감정에 이리 저리 흔들리진 않았는지 반성을 봅니다. 시간에 흔들리고 인연에 흔들린다면, 한번쯤 스스로의 마음을 꾸준하게 지켜 있는 시간도 필요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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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 경험이 많지 않지만 무엇이 됐든 차이가 없으면 영 심심한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 벌어져 있는 틈새를 확인하고
    그것을 사랑으로 메꾸는 것이 연애의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결혼도 마찬가지라고 보고요.
    이상 레인맨의 개똥철학이었습니다. ㅎㅎ

    • 아 연애 경험이 많지 않으시군요.^^
      틈새..좋은 표현이네요.
      그 틈새를 메꾸는게 연애 하는 재미겠죠.
      ㅎㅎ

  • 일년만...으로는 많은 것들이 부족하더라구요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에도
    현명한 판단을 하기에도
    그리고 과오를 되돌리기에는 더더욱요

    • 네.그렇죠.시간은 늘 그렇게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나봐요. 그래도 늘 자기선언을 해보는것도 괜찮을것 같네요^^ 거긴 낮이겠죠? 여긴 깜깜해지는 밤이네요

  • 보통은 지켜봄을 통해 얻은 인상은 부대낌을 통해 깨지는데. ㅋㅎ
    첫인상에 뻑가서 사귀고 보니 전직 면도날 좀 씹은 분이라든가. ㅋㅎㅎ

    일년만이라는 조건이 외적, 객관적 상황에 대해서는 잘 먹혀들 수 있지만
    (일년만에 결실을 본다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 주관적 존재에 대해서는 잘 안 먹혀 들 수도 있지욤.

    초입에 쓰신 말 적은 비관주의자에서 말 많은 비관주의자로 넘어갈 때
    저는 '말 많은 낙관주의자'로 읽고 싶었습니다. ^^
    포인트는 비관과 낙관의 대응이 아니라 말 적은과 말 많은이었단. ㅋㅎ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주말 끼고 한 3박 4일 정신 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화요일. ㅠ.ㅠ

    • 봄비가 내리고 나면 이제 봄이겠죠^^
      선거도 있고 해서 무언가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녀석의 앞날에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한 시간이 있길 바래봅니다.^^

  • 1년을 지켜보고 1년 연애하고 결혼하는거죠? 친구분이 무척 신중한 분인가봅니다. 전 만난지 백 일만에 결혼해서 2년째엔 이미 엄마가 되어있었지요. ㅎㅎ
    결혼 축하하고, 행복하게 잘 사시기 바란다고 전해주세요.^^

    • 네 감사합니다^^
      매사에 신중한 녀석이고 엉뚱한 녀석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자기선언을 잘 하는 녀석이죠. 조만간 행복한 가정이 되겠죠^^

 

회색 나무 아래에 놓인 노란색 벤치 위에 노인이 앉아서 무언가를 읽고 있습니다.

한가한 주말 오후, 겨울이 끝자락에 마주선 공원의 모습은 쓸쓸함도 분주함도 아니었습니다. 무언가 시간 속에 정지해 이는 느낌, 노인은 자신을 닮은 늙은 회색 나무 아래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오랫동안 앉아 무언가를 읽습니다. 마치 오래된 엽서 속에서 찾을 있는 그런 풍경입니다.

 

한참을 걸어 노인의 곁을 지나 갑니다. 노인은 그제서야 책을 덮고 불청객을 바라 봅니다. 노인의 손위에 있는 것은 자그마한 시집이었습니다. 고은 시인이 '첫사랑'.
돋보기 너머로 불청객을 바라보는 노인의 눈이 맑고 깊습니다. 방해가 될까 서둘러 자리를 피합니다. 노인은 오래된 나무 아래에서 다시 책을 봅니다. 차가운 바람이 다시 공원에 흐르고, 노인의 회색 머리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 한계령

 

남자가 한계령에 오릅니다. 바람처럼 살다 가고픈 인생이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질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그는 죽기로 결심을 합니다. 발길이 닿는 가장 높은 곳에서 아래 놓인 세상을 향해 죽어라 욕을 하고 떨어져 죽기로 말이죠. 사랑은 남자를 배신했고, 남자는 살아갈 힘을 잃어 버렸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힘을 잃어버렸다는 , 그것만으로 죽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심호흡을 하고 구름 아래를 쳐다 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걸어왔던 얕은 언덕과 굽은 길을 바라봅니다. 자신의 가슴에서 힘겹게 뛰고 있는 심장 소리를 듣습니다. 거친 호흡 소리를 듣습니다. 남자는 주위를 둘러봅니다. 아무것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남자는, 죽기 위해 올라왔던 굽은 길을 다시 바라봅니다.

 

잠시 , 남자는 다시 산을 내려 갑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힘차게 뛰고 있는 심장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스스로 결심합니다. 살아 숨쉬는 자신 먼저 사랑하겠노라고 말이죠.

 

# 나는 나의 첫사랑

 

어느 방송에 나온 시인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질문을 받고선 이렇게 대답합니다.

살아 숨쉬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선 세상 어느 누구도 사랑할 없었다고 말이죠. 그리고 첫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말입니다. 시인의 멋진 미소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노인이 앉아 있는 벤치를 다시 바라봅니다.

그리고 노인이 걸어왔던 굽은 길을 바라 봅니다. 어쩌면 노인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 기억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는 사랑. 어쩌면 노인의 눈이 맑고 깊은 것도 사랑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삶의 고단함을 핑계로 스스로에게 매정했던 시간들을 기억해 봅니다. 내일을 핑계로 오늘의 나에게 비굴했던 시간들을 기억해 봅니다. 어쩌면 '사랑' 잊고 살아 왔던 아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차가운 바람이 다시 불어 옵니다. 그래도 봄은 찾아 것이고 삶의 호흡은 여전히 멈추지 않을 겁니다. 새로운 계절에는 나를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바람 소리에 용기 내어 말을 꺼내 봅니다.

"나는, 나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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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어두운 방에 혼자 누워 읽었습니다.
    스스로를 사랑한다는게 썩 뚜렸히 그려지지는 않지만 뛰고 있는 제 심장이 새삼 느껴지네요. 높은 산정상 만큼은 아니겠지만 어두운 방구석도 자신을 더 간절히 마주하게 하네요^^.

    • 잘지내셨죠?
      작년 이후에 포스팅이 끊겨서 잘 살고 계시나 싶었습니다.
      수없이 되뇌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잊고 살지 않나 싶어요.^^

  • 아. 누구에게나 첫 사랑은 자신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스치네요.
    제 첫 사랑도 저 자신이었겠죠? 자기애. :)
    나 이외에 '첫 사랑'이라 불릴 만한 것은 누구를 향해서였지?
    머리를 긁적이게 되네요. 아무래도 고등학교 졸업후를 생각하는 게 맞겠죠? ㅋ
    그전에는 맘에 두기만 했을 뿐 '사랑'이라 할 만한 뭔가를 한 적이 없기에. 핫.

    • 음.그럴까요^^
      요즘 심리학 책을 가끔 보는데,관점에 따른 시간의 느낌이 많이 다르더군요.늦거나 빠르거나의 관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 그러고보니 진정한 첫사랑은 저 자신이었네요..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잊고 살기 쉬운데 말이죠...
    이제는 첫사랑과 함께.. 다른 사랑도 좀 하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첫사랑을 다시 찾았으니 조금은 덜 외로워집니다.

  • 전...저 자신을 사랑할 수 없어요 ㅠㅠ

    • 이런.^^
      빈상자님의 책은 잘 보고 있습니다. 책을 보면서 연상되는 것들이 많아서요. 책을 쓰기 위해서 참 많은 영화를 보셨겠구나 싶었어요. 늘 감사드리는거 아시죠?


 

이제 봄이 오나 봅니다.
 
지난 계절 동안 배고픔과 추위에 간신히 목숨을 유지했던 고양이 마리가 따사로운 양지를 찾아 앙상한 몸을 내맡깁니다. 볼품없이 말라버린 털과 앙상한 체구가 가여워서 참치캔 하나를 녀석이 놀던 자리에 슬그머니 놓아 봅니다. 사람의 인기척을 듣고 순식간에 사라졌던 어린 고양이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허겁지겁 먹어 치웁니다. 남김 없이 먹고 나서는 손으로 수염을 닦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따사로운 햇살 아래 몸을 누입니다.

봄은, 지친 생명에게 다시 한번 살아가야 이유를 던져주는 같습니다. 문득, 힘든 겨울을 보내고 살아남은 고양이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혼잣말로 녀석에게 말을 건내 봅니다.

 

" 살아줘서 고맙다"


  지내고 계시지요?
누군가는 새로운 꿈을 꾸는 시간이 있을 테고, 누군가는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에 설레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시간에 지쳐 무언가를 잊고 지낼지도 모르고요. 어떤 이는 시간의 깊은 바닥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시간을 우리는 호흡을 하며 살아내고 있다는 것이겠죠. 그것만큼 소중한 것은 아마 없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두어 명의 소중한 인연이 세상을 떠났고 그들과 못다한 이야기들이 생각이 나서 깊은 침묵 속을 걷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빠르게 앞만 보며 달리다가 호흡을 늦추고 천천히 걸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다시 가쁜 호흡을 몰아 쉬며 세상 속에서 달려가다 보면 지난 년의 시간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죠. 시간은 절대로 틀린 답을 건내 주진 않을 겁니다.



 겨우내 움추렸던 어깨를 펴고, 이젠 조금만 빠른 걸음으로 달려야겠습니다. 계절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의미는, 묵은 것을 걷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 하는 아닐까 싶습니다. 전화기를 꺼내서 지인들에게 안부 문자를 하나씩 넣어 봅니다. 연락을 안한지 오래 친구에게서 재빠르게 답장이 옵니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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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오랜만에 블로그에 흔적을 남겨주셨네요~^^
    근황이 궁금하기도 하고, 언제쯤이면 또 멋진 글들을 보게 될까 내심 고대했었는데, 이런 침묵의 시간들이 필요하셨었군요...

    이제 봄이 눈앞에 왔네요~
    기지개 한번 켜고서, 다시금 홧팅하셨으면 해요~^^

    이제 블로그에서 종종 뵈어요~

    • 비가 그친후 맑게 개인 날씨가 참 보기 좋더군요^^ 잘 지내셨죠? 가끔 얼굴 보이도록 할께요.^^ 고맙습니다.

  • 저는 먼저
    태어나 줘서 고맙다!
    는 말씀 드리고요. ^^
    그리고 다음으로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

    블로그 뜸하지만 잘 지내시리라 믿었는데
    그게 진짜 잘 먹고 잘 사는 것의 의미 외에도
    힘들지만 잘 버티고 있는 것의 소망을 담고 있었습니다.

    봄이 완연해질 테죠?
    벌써 3월도 10일이 지나는데
    어찌 겨울 느낌입니다. 그래도 봄은 올 테죠.

    힘찬 출발을 하기에는 좋은 계절입니다.

    • 오랜만이죠^^
      저야 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렀고 조금 더 늙었다는것은 빼곤 변함없이 잘 지내요.
      벌써 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되는걸 보니, 꾸벅꾸벅 졸다가 다시 세상에 나온 기분이 드네요.
      힘찬 2012년이 되셨으면 합니다.^^

  • 오랜만에 안부인사를 여쭙게 됩니다.ㅎ
    저 또한 G-Gatsby님이 돌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글에 또 고맙습니다.

  • 2012.03.13 17:07

    비밀댓글입니다

    • 살아 남아서 감사드립니다.^^
      사연이 있기에 인생의 깊이가 깊어지는게 아닐까 싶어요.
      이제 묵은 먼지는 훌훌털고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하네요.
      고맙습니다.


 

게으름에 미루어 두었던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결막염을 심하게 앓은 다음부터 눈이 그리 맑지 못합니다. 오랜 시간 눈을 감았다가 뜨게 되면 어지러운 증세가 있었습니다. 불편은 없었는데, 추운 겨울 동면 들기 전에 한번 검진을 받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병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듭니다.

 

기계에 얼굴을 갖다 대고 눈을 들이 댑니다.

젊은 의사는 눈을 크게 뜨라고 재촉합니다. 엄지발가락 끝과 양쪽 눈에 최대한 힘을 주었습니다만, 젊은 의사는 마음에 들지 않나 봅니다. 번을 재촉하다가 구조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냥 포기합니다. 눈이 작은 것이 죄는 아니지만 괜히 미안스럽습니다.

 

젊은 의사는 무미건조한 말로 '노안'이라고 말을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럽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알아 듣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운동의 중요성과 정기검진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아직 독거인의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노안' 이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별로 좋진 않습니다. 간단한 안약을 처방 받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 1

 

오피스텔 공사가 한참인 골목에 흰색 봉고차가 급히 멈춥니다.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봉고차 문이 열리고 담벼락과 봉고차 사이에서 인부들이 부끄럼 없이 옷을 갈아 입습니다. 중국말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중국사람 이거나 교포인것 같습니다. 흑색 장화를 벗고 낡은 갈색 등산화로 갈아 신습니다. 머리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검은색 낡은 점퍼를 입습니다. 어느 늙은 인부가 까맣게 주름진 손가락 끝에 하얀색 담배를 걸치고 까만색 입술 사이에 끼웁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온 모양입니다. 고된 노동의 끝을 알리는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릅니다.

 

담배를 피던 늙은 인부가 무언가를 손에 쥐고 앞을 가로 질러 뛰어갑니다. 마르지 않은 페인트 냄새와 함께 노동의 땀냄새가 살짝 풍깁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지 유난히 신발 끄는 소리가 들립니다. 늙은 인부가 멈춘 곳은 공중전화 부스였습니다. 익숙하게 카드를 넣고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마도 바다 건너 고향의 안부를 묻는 것이겠죠. 낯선 이방인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익숙했던 곳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일 겁니다.

 

늙은 인부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자신이 고된 노동을 했던 고층 오피스텔 이었습니다. 공중전화 부스를 지나며 그를 '노안' 눈으로 슬며시 쳐다 봅니다. 그리고 늙은 인부의 주름진 눈가에 맺히고 있는 먼지 섞인 눈물을 보았습니다. 중국말이라 알아 들을 없었지만 같은 인간이기에 느낄 있는 먹먹함을 느꼈습니다.

그가
뛰어왔던 봉고차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가 중국말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늙은 인부는 수화기를 향해 같은 말을 몇번이고 되풀이 하고는 서둘러 끊고 봉고차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낡은 등산화가 땅에 끌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를 태운 봉고차가 조금씩 멀어져갔습니다.

 

언어는 알수 없지만 그가 중국말로 되풀이 했던 말이 그리운 사람에 대한 '약속'이고 '그리움'이라는 것은 느낄 있었습니다. 늙은 인부가 떠난 공중전화 부스에는, 고된 노동의 끝을 알려주던 하얀색 담배가 홀로 타고 있었습니다.

 

# 2

 

우리는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라고 생각하며, 어제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때론 없는 그리움에 목이 잠기기도 하고 때로는 원인 모를 기쁨에 들떠 하루를 버텨내기도 합니다. 내가 만든 세상의 넓이 만큼,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내가 버린 세상의 넓이만큼 어제의 이야기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깊이만큼 천천히 늙어가겠죠.

 

가로등이 켜진 골목 어귀에 벌써 붕어빵을 팔기 시작합니다. 이제 골목 골목 마다 겨울이 정말 찾아오나 봅니다. 붕어빵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아주머니가 저를 향해 한마디 말을 던집니다.

"
총각, 맛있어요 한번 먹어봐요." 



'노안' 선고 받고 날에 알수없는 무언가에 이끌려 붕어빵을 한아름 샀습니다. 어릴 적에 먹던 통통한 붕어빵이 다이어트를 많이 하긴 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겨울이 찾아 오겠죠. 지금 보다 흐려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게  겁니다. 세상을 예전 보다 보진 못하겠지만 흐려진 시선 만큼, 보이지 않는 것들은 그리움과 추억으로 채워질 거라 믿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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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아마 그 통화중인 이방인의 눈에 비친 모습은
    물기 어린 세상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누군가는 안구건조증으로 인공눈물을 넣어야 물기어린 세상을 만나지만
    누군가는 통화만으로도 세상은 물기를 머금습니다.

    덧) 노안과 관련해서는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두어달 전에 안과의사에게서 슬슬 노안으로 진행중인 거라는 말을 들은 1인입니다.
    그는 알아들을 수 없을만큼 빨리 말하진 않았지만
    딱 필요한 말만 해서 좀더 말해주었으면 싶었습니다. -.-;

    • 엇. 비슷한 일을 겪으셨군요.
      '노안'이야 뭐 어쩔수 없는 현상인것 같습니다.
      '늙어가는 길'에 비프리박님이 동참을 해주셨네요.^^
      총기가 사라지고 열정이 사라진 그 눈동자에는 아련한 삶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거겠죠.^^

  • 왠지 모를 먹먹함이....^^;
    비가 그치고 나면, 제대로 추워진다고도 하는데...
    건강 챙기시구요~

    다시 블로그에서 뵙게 되니 너무 좋아요 ^0^

    • 나이가드는지 가끔 밀려오는 먹먹함이 힘들때도 있군요. 아침 기온이 아주 차네요. 겨울이 오긴 오나봅니다.^^

  • 아직 노안은 아니지만 안구건조때문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곧 설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노안으로 마음이 짠 한 가운데 삶의 까닭으로 지친 사람들의 모습이
    님의 눈에 초점 맺혔나 봅니다.

    생의 무상함이 순간 스쳤을 것을 미루워 짐작 할 수 있어서 저 또한 글을 읽어 가면서 알지 못할 눈시울이 붉어 졌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 하시길...

    • 삶의 무상함을 느꼈네요.
      노동의 피로가 눈물이 될때 느끼는 먹먹함 말이죠^^

      이제 봄이네요. 좋은 일만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 분이 에스컬레이터 근처에서 서성거립니다. 1호선과 인천지하철의 교차하는 . 사람들은 환승을 하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입니다. 누군가에게 물어 보고 싶은 말이 있는 같지만 젊은 사람들의 걸음이 빨라서인지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하는 같습니다. 소심하게 느린 걸음걸이로 옆을 지나가며 할아버지 얼굴을 천천히 들여다 봅니다. 혹시나 무언가 물어 보면 대답해줄 마음을 갖고 말이죠.

 

광택이 나는 구두에 멋스러운 통바지를 입으신 자그마한 할아버지였습니다. 자식들 집을 찾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길을 떠나오신 보였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할아버지를 쳐다 봅니다. 할아버지는 눈이 마주치자 자그마한 손가방에 힘을 주면서 뒤로 살짝 물러섭니다. 인상이 험악한 사람이 웃으면서 다가오니까 순간 놀래셨나 봅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서 무얼 찾으시는지 여쭤 봅니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라고 말합니다. 할아버지도 저도 순간 얼굴이 빨갛게 익습니다.

 

# 1

 

요즘 '최갑수'씨의 사진집과 함께 '하루키' 여행집을 즐겨 보고 있습니다.  '최갑수' 씨의 사진집에는 알수 없는 따듯한 시선이 있습니다. '하루키' 여행집에는  알수 없는 묘한 흥분이 있습니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면서 표현하지 못한 특별한 느낌들을 작가는 사진과 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곳을 찾아 그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특별한 감성에 빠져 있습니다.

 

여행은 단순히 보고 듣는 것이 다는 아닐 겁니다. '하루키' 여행지에서 느끼는 새로운 세상에 자기 자신을 투영할때, 비로서 여행은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현실을 살아갈 있는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죠.

 

우리는 관념 얽매여 살아갑니다. 종교적인 관념. 사회적인 관념. 그리고 위대한 사상가의 새로운 관념. 우리는 그러한 가르침에 따라 살려고 노력하죠. 자신이 믿고 있는 관념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되면 우리는 갑자기 불안 집니다. 그리고 불안감을 살면서 자기 행복에 대한 감각을 잃어 가는 것이죠. '하루키'는 이러한 관념에 대한 탈피와 자유를 위해서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추천합니다.

 

우리의 삶은 많은 갈림길 있습니다. 우리는 갈림길에서 언제나 선택을 강요받죠. 선택의 기준은 내가 원하는 것보다 사회가 원하고 우리의 관념이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선택한 길을 들어서는 순간, 선택의 기준이 되었던 관념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죠. 나의 관점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집중하게 됩니다. 아마도 여행지에서 만난 갈림길에서는 관념에 대한 선택을 강요 받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대한 행복 맛보게 되는 것이죠.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인생도, 여행의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 2

 

걸음 가다가 다시 뒤를 돌아 할아버지를 봅니다. 어느 할아버지는 젊은 아가씨에게 길을 묻고 있었습니다. 환승역은 언제나 복잡한 것이어서 누군가에게 길을 묻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젊은 아가씨는 할아버지의 팔을 잡고 할아버지가 가야 곳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할아버지도 웃고 젊은 아가씨도 웃으며 헤어집니다. 할아버지가 살짝 서운하긴 했지만 요즘은 인상이 험한 사람의 미소가 얼마나 위험한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하기 때문에 크게 마음에 두진 않았습니다.


 

지하철 입구를 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하늘을 가로 지릅니다. 정해진 길을 걸으며 생각해 봅니다. 내가 살아왔던 시간 속에 얼마나 많은 갈림길이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해야 했는지 말이죠. 그리고 속에서 관념으로 부터 자유로운 선택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자유로운 인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이죠.

 

걷다 보니 다시 갈림길에 들어섰습니다. 왼쪽으로 가면 평소에 가던 길이 나옵니다. 직선으로는 한번도 가보질 않은 길입니다. '하루키' 멕시코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직선으로 뻗은 길을 택합니다. 처음 보는 거리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처음 보는 빵집이 있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아저씨의 모습도 보입니다.

모든게 처음 보는 풍경입니다. 무심코 다시 뒤를 돌아 봅니다. 직선으로 알았는데 작은 골목길이 좌우로 나뉘어 있습니다. 어디로 가나 목적지는 할텐데 말이죠. 어쩌면 우리 인생도 이런 풍경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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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나름 인상도 험하고 한덩치 하는 입장에서 할아버지와의
    장면에서 무척 감정이입이 잘 되네요.. ^^
    그리구.연이은 포스팅에 앞으로 자주 개츠비님의 글을 볼 수 있을 거 같아
    반갑네요. 맞나요?....


    • 낯선이의 친절이 어색하게 보이는게 요즘인것 같긴 합니다.^^ 할아버지 배바지가 무척 친근해 보였는데 말이죠.
      지나 보니 꽤 많은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며 살아온 것이 지금의 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지나온 삶의 갈림길,
    그곳에서 했던 하나하나의 선택,
    그것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는 거겠지요.

    하루키의 저 책에서 저는(저는 최근 하루키 안 빼고 읽기를 마친 상태라죠. ^^)
    하루키가 몽골지역에 갔을 때 했던 경험들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개츠비님이 적으신대로 멕시코 지역의 여행도 그렇구요.

    가끔 저 역시 하는 일이
    다른 경로 택하기 그리고 전진하던 길 돌아보기, 라죠.
    새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옵'디'다. (이런 말투는 나이들어보이게 하지만. ㅋ)
    삶의 과정도 다르지 않으리라 봅니다.
    평소와 다른 경로 택해보기, 전진만 하지 말고 돌아보기도 하기.

    • 유독 저는 하루키의 글들이 마음에 들더군요.뭔가 시간이 조금 지난후에 글들을 이해할수 있게되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맞아요. 우리는 세상을 너무 많이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자세히 들여다 보는것도 참 중요한데 말이에요. 최갑수씨의 사진집도 자세히 들여다보기에 대한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아한답니다.^^

  • 매 시간 매 초가 갈림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야 할까 저렇게 해야할까 늘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정적 행동은 그동안 해 왔던데로를 반복하고 있네요.

    몸의 관성을 머리의 반작용으로 깨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몸이 머리를 좀 따라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그러게요. 몸이 머리를 좀 따라 간다면 제 몸도 지금 보다 훨씬 더 커지지 않았을까 ..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느날 문득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내 몸이 관성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것을 느꼈을때 절실히 들죠.^^ 아 이제 더이상 나이는 먹고 싶지 않은데 큰일이군요.^^

  • ㅋㅋㅋㅋㅋ 할아버지의 현명한 성차별에 공감 100배!
    역시 이런 일은 젊은 아가씨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할아버지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개츠비님 입장에서의 경험입니다.
    호의를 알아주지 못하면 참 서운하죠. ㅜㅜ

    • 맞아요^^ 사실 친절이 무조건 좋은건 아니더군요. 선의로 이야기를 건네도 받는 사람 입장은 또 다르니까요.^^
      뭐 사실 그리 서운하진 않았습니다.ㅎㅎ

 

환절기 때문에 고생했던 비염증세가 사라지는 보니 겨울이 왔나 봅니다.

계절은 또다시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고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좋던 싫던 또다시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같습니다.

공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바람을 예고하는 대지의 공기도 이제 추운 겨울이 다가 온다는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평온한 오후의 한적한 시간. 아름답던 단풍 나무들도 이제 칙칙한 색깔만 남아 있습니다. 색이 바랜 벤치에 앉아 앙상한 겨울 풍경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여자가 벤치에 앉아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 소리가 높아지기도 하고 조용히 전화기에 집중하며 듣고 있기도 합니다. 자세히 들리지는 않지만 아마도 사랑하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나 봅니다. 여자의 등뒤에 홀로 있는 앙상한 나무 가지가 바람에 힘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랑과 이별, 기다림과 외로움, 또다시 이해와 용서를 의미하는 단어들이 오고 갑니다.


이제
힘을 다해버린 인연의 끈을 잡고 있는지도 모르고요. 다시 시작하는 사랑의 기쁨을 맛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자는 오랜 시간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 1

 

언젠가 존경하던 분이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사람 좋아하기로 소문난 분이길래 인사차 찾아 적이 있습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소박한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 꿈이었던 분은 이제 생의 마지막 소원을 이룬 것이죠. 투박한 나무 집에 크지 않은 텃밭, 그리고 사람을 따르는 개와 함께 매일 산을 타던 그분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산을
바라보며 익은 더덕과 소주 한잔을 권해 주시던 그분의 행복한 미소는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행복해 보였고 넉넉해 보였습니다.

 

분을 다시 보게 것은 어느 남부지방의 도시에서 였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전원 생활을 버리고 다시 도시로 나가게 된것이죠. 어릴 사랑했던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다시 찾아 사랑으로 인해서 복잡한 도시 생활을 시작하게 겁니다.

분은 아련했던 사랑을 잊지 못하고 홀로 늙어갔고, 여자는 다른 남자와 사랑을 했다가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사랑이 이루어지게 거죠.

 

오랜만에 그분의 얼굴에는 다른 의미를 가진 미소가 머물렀습니다. 행복해 보였고 넉넉해 보였습니다. 예전에 느꼈던 웃음 과는 다른 느낌의 행복이었죠.

인연은 질긴 끈으로 만들어져서 꼬인 매듭만 풀어버린다면 다시 이어지는 맞는 같다 말씀하셨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린 사람의 사랑은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뜨거워지는 같았습니다. 헤어지면서 손을 흔들어 주던 노부부의 웃음은 신기하게도 닮아 있었습니다.

 

# 2

 



오랜 시간 전화기를 붙잡고 있던 여자가 전화기를 내려 놓습니다. 색이 바랜 벤치 위로 짙게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던 여자가 조용히 일어납니다. 뭔가 뜻대로 되지 않을 나오는 짙은 한숨이 느껴집니다. 해가 짧아진 산책로를 따라 여자는 조용히 걷습니다. 여자의 그림자가 힘없이 함께 늘어 집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가로등이 켜집니다. 불빛 아래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 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오늘도 많은 인연들이 만나고 이어가고 헤어지고 그리워 하고를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인연에 들떠 있고, 누군가는 함께 하는 인연에 행복해 하며, 누군가는 지나간 인연에 대한 그리움으로 거리를 걷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뒤돌아 보니 여자가 앉아 있던 공원의 의자가 눈에 보입니다. 여자가 떠나버린 그곳에는 약간의 아쉬움과 홀로 되는 것에 대한 외로움이 묻어 있는 같습니다. 인연은 끈이 모질게 질겨서 매듭을 풀어 버리면 다시 이어지는 같습니다. 기억은 후회를 만들고 추억은 인연의 깊이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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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9

  • 내려 놓은 이후로 다시 잇지 못하고 있기를 몇 해...
    내려 놓는 것이 두려워 또 다른 잇기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너무 오래돼 놔서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네요.
    뭐 제게도 인연이 있겠죠. ㅎㅎ

    아무튼 개츠비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날이 추워지려니까 따뜻한 글을 들고 나타나신 건가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별일 없으셨죠? ^^

    •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가끔 블로그 찾아가서 글 잘 보고 있었어요. 사진을 어찌나 잘 찍으시는지 늘 감탄하면서 말이죠.

      인연이라는게 참 질기죠.^^ 곧 좋은 사람 만나실거라고 믿어요.^^

  • 오랜만에 보는 개츠비님 새글입니다.
    인연에서
    질긴 성질,
    결국은 갈곳으로 가고 마는 물같은 속성,
    을 봅니다.
    가늘더라도 인연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는 일인입니다.
    (개츠비님에 대한 제생각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무슨 사랑고백같군요. 쿨럭)

    이제 조금더 자주뵙는 건가요?
    i hope so. :)

    • 그러게요.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써 봅니다. 인연이라는것이 정말 질기죠. 어쩌면 인연이라는 것은 영혼의 대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혼은 시간을 지워버리니까요.^^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건 웬만한 사람은 다 알지 않을까요?(쿨럭..ㅜㅜ).

      이제 조금씩 글을 적어도 될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많이 바빴거든요.^^

    • 아잉~
      그걸 사람들이 다 안다는 걸
      저만 모르고 있었군요. 쑥쓰. 발그레. *^^*

  • 오랜만에 새로운 글로 돌아오셨군요. 인연이란게 회자정리라지만, 거자필반이기도 합니다.
    개츠비님만이 적을 수 있는 글을 다시 읽게되니 반가운 마음이 울컥 합니다.

    저 또한 베푸러박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I hope so~~

    • 네 slimer님의 블로그에도 가끔 가보았습니다. 여전히 세상에 대해서 알리고 계시더군요. 잘 보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뵐께요.^^ i hope so~~

  • 가을과 겨울사이 주말을 보내고...
    오늘따라 왠지 RSS를 들춰보고 싶더니..
    반가운 개츠비님의 새글이 기다리고 있군요. ^^.

    인연이라...앞선 이웃분들과 비슷한 마음인듯합니다.
    근데..오래전 헤어진 첫사랑 생각은 왜 나는 걸까요.. ^^

    • 저런, 첫사랑이 생각나시면 아니되옵니다^^ 그런건 마음속에 꽁꽁 감춰두시고 밥을 안줄때 살짝 꺼내 보는거죠.

      정신적으로 많이 바쁜 시기를 보냈어요. 성실한 블로거가 되겠다는 다짐은 지키지 못했지만, 조금씩 지나간 기억들을 소중히 생각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앞으로 자주 뵐께요.^^


 벌써 1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시간 참 빠르죠.

올 한해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나..하는 고민도 하기 전에 벌써 한 달이 지나갔습니다. 성실한 블로거가 되겠다며 몇 년째 하던 약속도 이젠 못하겠습니다. 갈수록 어딘가에 글을 남기는 것도 버거워 지네요. 이번에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묵묵히 한 해를 보내볼까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에게 미안한 감정이 없을 테니 말이죠.

 

# 1

얼마 전에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대기실에 많은 사람들이 있더군요. 저도 그 사람들 틈에 끼어 환자 티를 내봅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의 표정이 많이 아파 보입니다. 한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대기실로 들어옵니다. 의자에 앉아 덤덤하게 벽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핍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엄마가 손을 끌며 주의를 줍니다. 그래도 아이는 울먹거림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이를 의자에 앉히고 엄마의 손을 꼭 잡은 뒤에야 울음을 멈춥니다.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서 웃는 얼굴로 아이를 쳐다봅니다. 아이는 제 얼굴을 보자 마자 다시 엄마를 보며 울먹거립니다. 최대한 온화하고 자상한 미소를 지었지만 아이는 그게 무서웠나 봅니다.

잘생긴 남자 간호사가 오더니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웃어줍니다. 아이는 곧 방긋 거리며 울음을 그칩니다. 4살배기 아이도 잘생긴 남자의 멋진 미소와 우울한 독거인의 어설픈 미소를 구별할 줄 아나 봅니다. 내 이름이 호명될 때까지 하얀 벽을 바라보며 혼자 웃는 연습을 해 봅니다. 우연히 시선이 마주친 간호사가 인상을 찌그러뜨리며 불쾌한 표정을 짓습니다.


 

# 2

얼마 전 모방송사의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였는데, 그 때 보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평생을 살아오며 얼굴에 새겨진 모습이 울상이었습니다. 말을 할 때에도 말을 들을 때에도 표정은 늘 우는 모습입니다. 입가와 눈가에 세월이 그려놓은 얼굴 표정이 그런 모습입니다. 고된 삶의 흔적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얼굴에도, 할머니의 얼굴에도 지나온 삶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놓은 주름과 표정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항상 웃고 즐겁게 사는 분들의 얼굴에는 웃는 모습이, 그렇지 않은 분들의 얼굴에는 고된 모습이 그려져 있었죠.

 

아이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공포감을 느끼면 울게 되고 재미있는 것을 느끼면 웃게 됩니다. 아이는 우는 얼굴과 웃는 얼굴 모두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얼굴 표정에는 그러한 것을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얼굴의 표정을 잃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3

병원에서 나와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이 표정을 살펴 봅니다. 추운 겨울에도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여학생들의 얼굴은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습니다. 눈을 쓸어 내리는 아저씨의 얼굴에는 짜증과 무료함이 묻어 있구요, 오뎅을 파는 아주머니의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이 묻어 있습니다. 길을 걷는 노인의 얼굴에는 펴지지 않는 표정이 그려져 있어서, 즐거운지 힘이 든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세월은 단지, 우리에게 기력과 젊음만 가져 가는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거울 앞에서 여러가지 표정을 지어 봅니다. 눈 위에 그려진 엄숙한 주름이 보이고 웃음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얼마나 웃으며 살지 못한 시간이었던가에 대해서 반성해 봅니다. 아직은 세상을 향해서 웃음 지을 날이 많이 남았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오랜 시간 거울 앞에서 웃는 표정을 지어 봅니다. 그 모습이 우스워 혼자 베시시 웃음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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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4

  •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지는 거란 말을 생각합니다.
    물질이 의식을 지배하듯^^
    미소가 삶을 지배합니다. ^^

    저는 예쁘고 고운 처자를 보면 미소가 절로 나는 건강한 남성입니다. ^^
    예쁘고 고운 처자를 많이 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핫핫핫.

  • 웃는 삶이 행복하겠지요? ^^

    오늘도 웃어야겠습니다.
    나를 위해서, 타인을 위해서... 웃는 얼굴에 복이 깃들거라 믿습니다.ㅎㅎ

    설 연휴 행복하게 보내세요! ^-^

    • 웃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것.
      그리고 그것이 곧 내 삶을 지배한다는 것을 이제야 느끼게 됩니다.
      남을 위해서 웃는 것이 나를 위해서 웃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이죠>^^

  • 정말 어릴땐 지나가는 낙엽만 보고도
    유행하는 시덥잖은 우스개에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친구들이랑 배아프게 웃었던 시간이 많았던거 같네요.
    표정을 잃어간다는 말씀에 은근히 얼굴 표정을 이래저래 지어보게 됩니다.
    일단 많이 웃어야 할텐데. 요즘 티비에서도 개그프로는 점점 사라지더군요.

    •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세상이죠.
      그래서 인지 사람들의 얼굴에서 표정을 찾기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웃으며 살려고 노력해야겠죠.
      웃음 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 개츠비님,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한해의 시작, 민족의 대명절 설날입니다.
    토끼띠 설날이 밝았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멋진 한해 맹그시길.

    • 연휴도 벌써 다 지나가는군요.
      올해에는 새해 인사도 다 못하고 이렇게 흘러가나 봅니다.
      새해에는 변한없이 행복한 시간 만드세요^^

  • 웃는 연습 많이 하셨습니까. ㅎㅎ
    미소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한 저에게는 꼭 필요한 연습입니다.
    비프리박님의 말마따나 웃어서 행복해지는 거라면
    웃는 연습 더 많이 해야겠네요. ㅎㅎ
    암튼 기나긴 연휴도 이제 끝이로군요.
    연휴는 잘 보내셨지요? ^^

    • 웃는게 익숙치 않았다는걸 느꼈습니다^^
      조금씩 연습하다 보면 나아지겠죠.
      남에게 웃는것은 쉽지만 자신에게 웃음 짓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또 느끼게 되네요^^
      꽤 긴 연휴였죠. 하지만 계속 쉬고 싶습니다.^^

  • 우리나라 학생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좀 신기하기도 하구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낙천적이구나.. 싶기도 하구요.

    명절도 이제 다 지나가 버렸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병원같은 곳은 안가셔도 충분한 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 아이들이 미소만큼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심한 표정의 아이들이 주위를 지배한다면 겁나서 다니겠습니까?^^

      명절이라고 해도 기분도 별로 안나는군요^^
      올 한해는 병원신세를 안졌으면 좋겠습니다.

  • ㅎㅎ 오래전에 저의 웃는모습이 이상하다는 친구말에 충격 받아서 거울보며 연습하던 생각이 나네요.
    나이들수록 헛웃음이 느는거 같아요.
    잘보고 갑니다~ ^^

    • ^^ 저도 웃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거울속에 비춰진 모습이 웃는 표정으로 바뀌길 희망합니다.


오랜 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옵니다.

이것 저것 사는 이야기도 잠시, 연말이 되니 울적한가 봅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다는 것이 슬퍼진다며 바쁜 나를 괴롭힙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 녀석이 괜한 소릴 한다며 핀잔을 줍니다. 어제는 김광석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잠을 설쳤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외모만 보면 소도 때려 잡을 녀석에게 사춘기가 다시 찾아 왔나 봅니다. 녀석은 내년에는 우리 모두 행복하게 잘 살자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끊기 전에 한마디 던집니다.


우리에게도 서른 살이 있었을까….”

 
# 1

 
조용히 침대에 누워 김광석서른 즈음에를 들어 봅니다.
물론 서른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적당히 포기하고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서른”. 그 시간의 무게에 몇개를 더했는지 모릅니다.

 




어느 소설가는 나이를 먹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또 어느 철학자는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내 이름을 서서히 잃어 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가수는 사랑이 저만치 떠나 가는 것이라고 노래했고, 어느 늙은 교수는 하나씩 버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세월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는 상실감 일수도 있습니다.

 

# 2

 

비슷한 연배의 한 작가가 쓴 책 이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최갑수씨가 쓴 잘 지내나요, 내인생이라는 책입니다. 비슷한 나이라서 그런지 공감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의 사진 속에는 시간이 주는 외로움이 있고, 그의 글에는 소박한 일상과 잊혀있던 감성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그의 외로움이 만들어낸 사진을 들여다 봅니다. 어쩌면 내 인생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 - 10점
최갑수 글.사진/나무수
 
그의 책을 읽으며, 과연 내가 서른 즈음에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치고 힘든 어깨를 하고도 세상과 맞설 용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 부러지더라도 앞으로 돌진 하는 열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앞날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구요. 그러면서 한 해 두 해를 더 살았던 것 같습니다.

 
스무 살 즈음에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고민이 있었고 서른 살 즈음에도, 함께 공감 하는 고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흔 즈음에도 그런 일이 되풀이 되겠죠. 사는 시간 동안 계속 이어져야 할 고민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겠죠.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그러면서 친구가 전화를 끊으며 던진 말을 기억해 냅니다. 책 속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내 인생에 대한 안부 조차 묻지 않고 살아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문득 용기를 내어 물어 봅니다.
잘 지내나요? 내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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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9

  • 덕분에 좋은 책을 선물했지 말입니다.
    그분도 이미 최갑수씨를 알고 있더군요.
    전작들도 읽었다고 하시더란.
    이런 저런 코드의 같음이 결국 같은 책으로 모이는 것 같습니다.
    선물한 후에 저 또한 뽐뿌가 되었습니다.

    김광석의 노래 중에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요 노래가 어제 시크릿 가든 시청 후에
    귓전에 맴돌고 있습니다.
    어찌 김광석의 노래는 어느 하나 안 좋을 게 없는지 말입니다.

    덧) 이제 올해가 열흘 남았네요.
    마무리 잘 하시고요. 행복한 2011년 맞자구요. 아자!

    • 네. 책을 보신분들은 다 좋다고 하시더군요. 사진에 조예가 싶으시다니 아마 아실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책 제목이 참 가슴에 와닿죠^^ 책을 보면서 사진에 오랜 시간 시선을 둔적이 정말 오랜만이었던것 같습니다. 벌써 2011년이 되는군요^^

  • 올한해도 '아둥바둥' 거리며 보낸것 같아요..
    작년에도, 그전에도...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아둥바둥' 거리며 살지는
    않을런지... 연말이다 보니..괜시리 울컥해지네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 아둥바둥 산다라는게 딱 가슴에 와닿는 단어네요. 시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지에 대한 고민도 하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연말이 오니까 여러가지 생각할 것들이 많아 지는군요. 권과장님도 알찬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서른 즈음의 나이라 그런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자주 듣게 됩니다.
    음악을 들으며 한해를 돌이켜 봅니다.
    연말에는 항상 한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30년 넘게 살면서 인생에 대한 안부를 물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인생과 진지한 대화를 한번 나누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척이나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로군요.
    여친님이 없다보니 별다른 느낌은 없습니다. ㅜㅜ
    개츠비님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

    • 네. 이제 해피뉴이어가 되어야겠군요^^ 김광석의 울림이 있는 노래 참 좋죠. 가사도 그렇고..문득 책 제목 처럼 내 인생이 잘지내고 있을까 라고 반문해 봅니다. 서른이든, 마흔이든 가끔은 우리자신에게 진지한 안부를 묻는게 좋은것 같습니다. 춥고 험한 날씨지만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에는 산다라박 보다 이쁜 아가씨와 뜨거운 사랑하시길.^^

  • 아직 그런 상실감을 느끼기엔 부족한 나이에 다행스러워 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나이듦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뭐든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된다고나 할까요.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성탄절 잘 보내시고요.

    • 그쵸. 어쩌면 누구나 겪어야할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공감하지 못하는 그런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돌이켜본다 라는 말이 가슴에 참 와닿는 요즘인것 같아요. 오랜만에 뵙네요^^

  • 요즘은 사춘기를 넘어 오춘기도 있다더군요...
    갈수록 앞을 더 많이 봐야되는 세상이다보니.. 뒤를 잠시 볼 때면 많은 회한이 생기나봅니다.
    저는 이제 서른살이 딱 3일 남았네요... 서른 즈음에... 갑자기 듣고 싶어집니다..

    • 이제 서른이 되셨겠네요.
      30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살다보면 참 후회가 많죠. 열심히 살았건, 못살았건 간에
      늘 후회와 회한속에 사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스스로를 위로해야겠죠.
      이렇게 잘 견디고 있으니 말입니다.^^

    • 서른살이 딱 3일 남았다는게... 3일 지나면 서른살이 끝난다는 뜻이었습니다.^^;;
      살짝 난해했네요.
      벌써 31가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줄어들고 덕분에 나이 먹는 체감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더군요.. 실감합니다..

  • 가끔 '지금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되뇌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저한테 필요한 책을 한권 추천받은 기분이네요..

    팍팍한 세상을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또 새롭게 한해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다짐들이 마음속에 한글자씩 고이고이 새겨지네요.

    Gatsby 님 덕에 오늘도 하고싶은 일 하나를 마음에 품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꽁마담님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렇죠. 저도 이 책을 보면서 많은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답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처마 끝에 쌓여 있는 눈송이의 아름다움 조차 모르고 살았었네요.
      또 여러가지 다짐을 하면서 한해를 미리 그려 봅니다.^^

  • 2011.01.12 19:26

    비밀댓글입니다

    • 인연이라는 것이 이렇게 만들어지나 봅니다.
      안그래도 책을 고민하고 계시길래 무심코 던진 것이 이 책이었는데 말이죠.
      반갑습니다.^^

  •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한달 넘게 문닫고 지내다가 포스팅도 하고
    이제야 새해를 다시 맞는 기분입니다.
    마침 며칠전부터 사무실 앞자리의 후배가 온종일 김광석의 노래만
    틀어주네요. 덕분에 예전 생각도 많이 나고 좋긴한데..살짝 쳐지기도 합니다.
    소개해주신 책은 꼭 읽어봐야겟습니다.
    바쁘시더라도 늘 좋은 이야기 계속 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오랜만입니다.^^
      저도 요즘 제 블로그조차 들어와보질 못하네요.
      바빠서 그런건 아닌데, 뭔가 생각이 필요한가 봅니다.
      괜찮은 책인것 같습니다.
      책을 보면서 뭔가 생각할수 있다는 것이 말이죠.^^
      올 겨울은 참 춥네요.^^

  • 좀.. 쌩뚱맞은 댓글일수도 있겠네요...... 초대장 부탁드려요.... 사무실 컴퓨터론 블로그 관리하기가 조금 힘들어.. 스마트폰으로 할려니.. 초대장이 필요하다고 하네요...ㅠㅠ - 이쪽으로 보내주심 감사 하겠습니다..^^

  • 년 분양시장의 대미를 장식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포탈 NO.1 닥터아파트 가 모의 청약에 참여한


길을 잃은 강아지 한 마리가 낑낑 거립니다.

긴 털은 비에 젖어 얼어 붙어 버릴 것 같고, 추운 거리를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얼굴은 온갖 먼지로 뒤덮여 있습니다. 사람이 무서운지, 차가 무서운지 기울어진 전봇대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 잠시 숨을 고릅니다. 결코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큼 예쁘지 않은 작은 체격의 강아지입니다.

강아지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 번 거립니다.
슬픈 눈망울 속에서 두려움 공포가 느껴집니다. 매서운 바람에 몸서리가 쳐지는지 엉켜 붙은 털 속에서 떨림이 느껴집니다. 강아지와 눈이 마주칩니다. 사람이 무서운지 이내 꼬리를 내리고 몸을 움츠립니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어느 날, 절망에 떠는 한 생명을 보았습니다.

# 1

스티브 도나휴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에 보면 인생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의 원칙과 기준이 너무 내일의 목표에 집중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죠. 그렇게 내일의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오늘에 대한 애정과 느낌에 둔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면 당황하고 힘들어지는 것이죠. 스스로 만들어 놓은 목표가 스스로를 망치는 결과를 만듭니다.

사막을건너는여섯가지방법
카테고리 시/에세이 > 지혜/상식 > 교훈/지혜
지은이 스티브 도나휴 (김영사, 2005년)
상세보기


그래서 작가는 우리가 사는 삶에 방향성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목적 의식 보다는 내가 만들어 가는 삶의 방향부터 정하라는 것이죠. 어떤 이는 정직하게 살겠다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이는 남에게 봉사하며 살겠다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오늘 이라는 현실에 임하면 좀 더 행복하고 집중력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쉽지 않지만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방향을 잃은 삶은 공포와 불안감에 힘들어 합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삶의 길은 늘 혼자 인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러면서 스스로가 잃어버린 목표 속에서 영원히 헤어나오질 못합니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인간미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수없이 마주치는 사람들 속에서 소중한 인연을 잃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세상에 버거워하는 스스로를 발견 하게 되죠. 시간과 공간이 주는 혼란스러움은 견디기 쉽지 않습니다.

#2


슈퍼마켓에 들러 강아지가 먹는 통조림과 따뜻한 두유 한 병을 삽니다. 가슴이 아파 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습니다. 햇빛도 비켜 가는 그늘진 전봇대 앞에 쭈그리고 앉습니다. 그리고 겁에 떠는 강아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봅니다. 강아지의 눈빛을 통해서 모든 것을 내맡겨 버린 슬픈 영혼을 느껴 봅니다. 슬픈 영혼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작은 꼬리를 조금 흔들어 봅니다.

조금씩 입에 넣어주며 비릿한 고기 냄새를 맡아 봅니다. 허겁지겁 삼켜 버리는 강아지의 몸짓을 보며 따뜻한 두유를 따라 줍니다. 추웠던지, 목이 말랐던지 마지막 남은 한 방울 조차 아낌없이 삼켜 버립니다. 조심스럽게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 봅니다. 고기 냄새에 취했던지 녀석의 꼬리를 더 세게 흔들며 고마워 합니다.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이웃집에서 이사를 가면서 버리고 간 강아지라고 합니다. 하도 불쌍해서 며칠 정도 음식을 줬더니 이 시간이면 여기 온다고 말을 합니다. 똑똑한 강아지인데 예쁘질 않아서 아무도 안 데려 간다고 합니다. 강아지의 다시 한번 쓰다듬어 봅니다. 강아지의 눈빛은 처음 보는 나에게도 아낌없는 사랑을 보냅니다.




비가 오고 나면 한파가 올 거라고 합니다. 강아지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주머니는 불쌍해서 자기가 키워야 겠다고 말을 건넵니다. 마치 나에게 다짐 하듯이 말이죠. 슈퍼마켓에 들어가 강아지 통조림을 몇 개 더 사서 아주머니에게 드려봅니다. 왠지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사막과 같은 것이 인생인지 모릅니다.
사막에서 보이는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오늘도 우리는, 마음속에 신기루를 만들고 그것이 있다고 믿으며 하루를 다짐하는지 모릅니다. 주변에 대한 작은 관심조차 포기한 채 말이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만들어낸 거짓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강아지를 안고 돌아서는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걷습니다. 강아지의 슬픈 눈빛과 바라보는 사람의 슬픈 눈빛을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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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아주머니의 마음이 곱습니다.
    아마도 우리들 마음 속에는 그 고움이 들어있을 건데
    그것을 발현시키기가 어려운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개를 버리고 간 주인만큼 비정하진 않습니다.
    (사실 이 '비정'이라는 부문에서 짱 드실 분이 계시죠. 한때 고양이였던.)

    삶을 대하는 데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방향성이겠죠.
    방향이 정해지면 그 외의 것은 나중 문제가 되며
    방향이 정해지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방황에 지나지 않죠.

    개츠비님의 이런 따뜻한 글을 좀더 자주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조금 인심을 써서^^ 영혼 정화 글이라고 불러 마땅한 글이잖아요. ^^

    • 그렇죠. 강아지가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네요. 이쁘지 않다고 버려지는게 참 가슴 아프더군요^^ 삶의 나침반이 있다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하나의 방향에 대해서 믿음을 갖고 나아가는것도 결코쉽지 않다는걸 요즘 많이 느끼네요. 시간의 부침이 심한 요즘이라, 글 하나 남기는 것도 쉽지 않네요^^ 고맙습니다.

  • 2010.12.19 12:20

    비밀댓글입니다

    • 오랜만이죠^^ 추억이 있고 기억이 남는 곳인데 말이죠. 행복이라는 단어는 쉽지만 그것을 느끼는건 정말 어렵나 봐요. 그래서 늘 후회와 반성이 생기나 봅니다.^^ 벌써 겨울이네요.

  • 아마도 아주머니는 개츠비님의 모습에서 스스로 결심을 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따뜻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 실천하는 것 조차 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하나의 목적지, 뚜렷한 방향을 잡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니 서로의 흔들리는 나침반을 지켜봐주며 그렇게 영향을 주는 관계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 누군가의 말처럼 갈수록 사람들이 나약해 지는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방향을 찾지 못하는 시간들이 늘어갈수록 말이죠.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할것 같아요. 적어도 길을 잃진 말아야겠죠^^

  • 목표에만 얽매인 삶을 사는 것은 너무 피곤합니다.
    삶의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오는 혼란은 더욱 무섭고요.
    인생의 나침반을 잘 간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날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강아지가 따뜻한 곳에서 잘 지내고 있을지 걱정이 되는군요. ㅜㅜ
    가만보면 개들은 인간에 의해서 삶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 눈이 오는군요. 요즘 불필요하게 좀 바쁘게 지내다 보니 인사도 늦었네요. 강아지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특히 설치류의 침공이 현실에 와닿으니 말이죠^^


 첫 눈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겨울이 왔다고 말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출근하는 아저씨의 뒷모습에도,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그림자에도 두꺼운 외투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겨울 먹거리를 파는 노점들이 따뜻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에게는 낭만의 계절이 시작되는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 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난의 계절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똑 같이 시작된 계절의 변화 속에도 우린 서로 다른 이야기와 고민을 안고 살아가나 봅니다. 이렇게 또 다른 계절이 시작되는 것이겠죠.

 

# 1

지하철 에서 한 청년이 열심히 책을 봅니다.

익숙한 표지가 눈에 띕니다. 코이케 류노스케생각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입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이라서 반갑습니다.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생각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내용입니다. 어쩌면 단순하게 사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한자 한 자 읽으면서 쉽게 공감했던 책입니다.



 

책을 읽는 청년의 모습이 무척 진지합니다. 어쩌면 힘든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중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고된 직장생활을 하는 지도 모릅니다. 사색이 겹쳐진 독서. 청년의 진지함을 오랫동안 쳐다 봅니다.

 

# 2

살다 보면 자신만의 시간에 갇힐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옆에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자신이 만들어 버린 시간에 갇혀 버릴 때 말이죠. 그 속에서 외로움을 찾고, 그 속에서 내면의 고독을 느낍니다. 때로는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보기도 하고, 때로는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서 내가 꿈꾸던 세상을 포기하기도 하죠. 가슴에 품었던 하나의 꿈이 사라지기도 하고, 잊혀졌던 꿈이 되살아 나기도 합니다.

 

수 많은 생각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지나간 선택이 후회와 실망감으로 나타나기도 하죠. 그리고 끝없는 시간속으로의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잠을 못자는 밤이 찾아오고 세상의 관심사가 하나 둘씩 사라집니다. 어떤 이는 이러한 증상을 우울증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생각을 버리고 단순해지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살면서 우리가 한번쯤 겪게 되는 갇힌 시간으로의 여행이죠.

 

인도의 한 철학자는 이러한 시간을 통해서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의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수 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자아와의 대화를 통해서 고난을 견딜수 있는 힘을 기른다는 것이죠. 하지만 철학적이지 못한 우리들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책을 보던 청년이 책을 덮고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책의 내용을 음미 하는 것인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오랜 시간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어쩌면 갇힌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긴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안내 문구가 흐르고 청년의 모습을 남겨둔 채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계절의 변화처럼 우리들의 모습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나 봅니다. 인간이 가진 감정들이 하나 둘씩 순번을 바꾸어 가며 오늘의 나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수 많은 생각들이 지금의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도 모르죠.  시간 여행은 긴 호흡인것 같습니다. 짧은 보폭의 걸음은 발자국을 남기지만, 그것이 모여야 내가 호흡하는 길고 긴 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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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3

  • 이게 얼마만의 포스팅입니까.
    저도 짧지만 갇힌 시간을 겪어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섭기도 하지만 이겨내야 하는 시간이죠.
    어쨌든 참 반가운 글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 오랜만이죠.걷다가도 문득 레인맨님의 빨간바지와 치어리더가 생각 날때가 있었죠. 잠시 머리를 식혔네요.영하 40도쯤에서요.자주뵙죠^^

  • 아마도 시간은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에 갇힌 건 결국 자신의 생각에 갇힌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책을 아직 읽지 않아서 책과 연관지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적어주신 문맥으로는 그랬습니다.
    사색과 명상이 필요한 책일 듯 싶습니다.

    덧) 오랜만입니다.
    온라인에서 못 뵙고 시간이 꽤나 지나면서, 문자를 한번 넣을까, 했습니다.
    그러지 못한 건, 어떤 생각이 있으셔서 떠나 계신 것 같은데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그렇다고 개츠비님의 삶이 잔잔한 호수라고는 절대(응?) 생각지 않습니다.
    복귀 환영하고요. 제 맘대로 '복귀'하신 거라고 해석하겠습니다.
    이제 좀 자주 뵈옵는 거겠죠?

    • 잔잔한 호수에는 돌을 던져도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있으나 없으나 걷는 길은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요즘입니다. 시간은 그저 늙는다는 것이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다지요. 생각이 늙지만 않으면 시간의 의미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 오랜만에 개츠비님의 담담한 어조의 글을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제가 다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지만, 왠지 모를 그 차분함이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거든요..ㅎ

    • 꽤 긴 시간동안 담담하게 잘 살고 있었습니다^^ 갈수록 글이 재미없어 지는것은 맞습니다. 언젠가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를날도 있을테지요.^^ 세상사 웃다가 울다가 하는것 아니겠습니까.

  • 역시나 잘 보고 느끼고 갑니다.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공간 안에 가두고 그 안 깊숙이 점점 들어가버리고 있는 지금의 제 모습이 느껴집니다
    그 속에서 나와야 할까 아니면 더 들어가야할지를 고민하고 있는데요 ^^

    오랜만에 님의 글을 읽으며, 저물어가는 한 해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네요 늘 감사합니다 ^^

    오랜만에 올라온 글이 더욱 감동이네요 ^^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가끔 다녀가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욱 포근하게 느껴지네요 ^^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오늘 그리고 12월 되세요 ^^

    • 오랜만입니다. 꽁마담님^^ 시간에 대한 변명을 늘 달고 사는건 아닌가..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오랜시간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구요. 벌써 겨울이군요. 포근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시간이 늘 선형으로 어디서든 똑같이 흐르는 건 아닌가봐요.
    나이 먹어갈수록 빨리가기도하고.
    조급한 만큼..순식간에 사라지기도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해서일까요.
    요즘은 그냥 몸을 내맡긴 느낌이네요.
    그래서인지 반가운 포스팅을 이제야 만났습니다. ^^

    • 김훈씨의 신작 소설에도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들이 나오죠^^ 어쩌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선형의 시간이 주는 갑갑함에 힘들어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삼촌이 맛난것도 사주고 해야 하는데.ㅎㅎ 지구벌레님 뵈면 늘 부럽습니다.^^

  • 제 블로그 글 좀 읽다 생각나서 들렀습니다. 여전히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글을 쓰고 계시네요. 늘 한결같은 블로거 되시길 바랄께요. 2010년 마무리 잘 하세요.^^

    • 아바네라님 반갑습니다^^
      체게바라 때문에 익숙한 닉네임이 되어버렸네요. 잘 지내시죠? 달력이 한장 남았습니다. 새해에는 따뜻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 오랜만에 개츠비님의 담담한 어조의 글을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제가 다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지만, 왠지 모를 그 차분함이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거든요..ㅎ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새벽거리를 걸어봅니다.
대단했던 낮의 열기는 식지 않고 아스팔트 위에 아직 남아있습니다. 고된 노동의 흔적이 베어있는 작은 공장을 지나고, 한숨과 희망이 뒤섞여 있는 재래시장의 비릿한 사람냄새를 느껴봅니다. 한 잔의 커피로 피곤함을 달래보는 택시 기사님들의 퀭한 눈망울을 쳐다봅니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 삿대질을 하며 알 수 없는 욕설을 내뱉는 양복 입은 아저씨의 힘없는 다리를 쳐다봅니다. 일그러진 다리를 이끌고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할아버지의 작은 뒷모습을 쳐다봅니다. 어디를 보아도 그들에게 가야 할 곳을 말해주는 이정표는 없습니다. 그 덤덤한 거리 위에 매섭게 빗줄기가 쏟아집니다.


# 1

얼마 전 이웃 블로거인 깊은숲 님이 추천하셨던 늑대토템이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초원 민족이 갖고 있는 늑대토템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그보다 더 깊은 본질적인 문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발전은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끈끈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다는 것이죠.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을 거치면서 늑대든 인간이든,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무리의 약자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탱그리를 숭배하는 초원민족에게도, 굶주린 늑대에게도 예외가 없는 필요조건 이었습니다. 수 천년의 생명을 이어오며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진실입니다.

늑대토템.1
카테고리 소설 > 중국소설 > 중국소설일반
지은이 장룽 (김영사, 2008년)
상세보기

 

# 2

오래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의 시선과 표정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요즘은 넉넉한 웃음을 짓는 사람보다는 표정 없이 걷고 있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저 목적지를 향해 기계처럼 걷고 있는 사람도 있고, 사람들과의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땅만 보고 걷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떨 때에는 그들의 걸음걸이가 외롭다고 느낄 때도 있고, 또 어떨 때에는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오는 지하철 입구에 서면, 뚜벅뚜벅 들리는 사람들의 걸음소리만 요란하고, 그들이 던지는 시선은 조용하고 싸늘합니다. 어쩌면 우리도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죠. 부지런히 걷고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하고 어찌 살아야 할지 알수 없어 불안해 하는 그런 모습 말입니다.


비를 맞으며 길을 걷던 한 남자가 뒤를 돌아 봅니다. 누군가를 찾기 위한 시선이 아니라 여기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싶은 시선 입니다. 그리고 주위를 다시 한번 돌아 봅니다. 어디에도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 다시 비가 세차게 쏟아 지고 남자의 뒷모습도 어느새 보이지 않습니다.




PS.
이것으로 길을 걷다의 이야기를 마무리 할까 합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더 이상 걷는 것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번 ‘12 5분전을 마무리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알 듯 모를듯한 미묘한 시선을 거둘까 합니다. 언제가 될지 알순 없지만 또다시 사는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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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저도 지하철을 타면서 비슷한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 주위를 보니 하나 같이 다들 표정 없는 얼굴들이더군요.
    물론 이를 둘러보고 있는 저마저도...

  •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포스팅도 다시(?) 뜸하시공..ㅎㅎ

  • 어제 좀 과했는지, 하루 종일 눈이 충혈되어 있고 머리도 띵합니다. 꾸역꾸역 8시간을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좋은 글을 찾아 그동안 읽지 않았던 메일을 읽다가 문득 개츠비님의 글이 생각났습니다.

    위에 책. 중국사람이 쓴 소설인가 봅니다. 개츠비님이 책 이야기를 너무 잘 해주신 건지, 저로서도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인지 궁금합니다. 알라딘 적립금이 좀 되는 것 같던데, 저도 사서 볼랍니다. ㅎㅎ

    • 오랜만입니다.^^ 기억에 오래남는 책인것 같네요. 뜯겨진 들판에서 글을 읽은 기분이랄까. 뭐 그런느낌인것 같습니다. 읽은지 좀 되었는데, 이글을 보면서 생각하니 또 기억이 남네요.^^

  • 앗! 찾아보니 2권짜리네요. 요즘 책 읽는 시간이 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 들었는데... ㅎㅎ 읽으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1

얼마 전에 박찬호 선수의 이적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승반지에 대한 갈망으로 뉴욕 양키스에 입단을 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서 방출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시 팀을 옮겨 야구를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40을 바라보는 노장이 되었지만 그의 야구 인생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야구에 대한 진지함과 애정이 더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을 대표하고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그의 화려했던 과거에 비하면 현재의 위치는 한없이 작아 보이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언젠가 박찬호 선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애정과 야구에 대한 애착이 느껴지는 프로그램이었죠. 나이가 먹을수록 자신의 육체가 노쇠하고 주변의 반응이 차갑게 변하더라도 자신이 인정하기 전까지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누군가에 의한 야구 인생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고 스스로 포기하는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죠.

팬들의 관심이 예전에 비해서 시들해졌지만, 그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은 그의 또 다른 도전을 즐기고 있습니다. 멈출 듯 멈추지 않고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며 한국 야구의 전설이 되어버린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노장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 2

세종시 총리가 물러나고 4대강 총리가 새롭게 선임이 되었습니다. 언론은 40대 젊은 총리에게 초점을 맞추고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가 이전처럼 허수아비 총리가 될지 얼굴마담이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에서 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어쩌면 또 다른 패거리 정치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안보와 외교에 치명적인 문제를 노출한 책임자들은 모두 유임이 되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지지의 결과로 이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외교적 비즈니스 에서는 결코 공짜가 없는 법입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거듭된 의혹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한국을 지지했던 미국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라도 되는 양 우리를 압박합니다. 실용주의 정부의 특징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생각 합니다.

< 한국정치의 새일꾼들. 아름답구나..>

새로운 40대 총리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수 밖에 없는 것은 특임장관에 임명된 왕의 남자때문입니다. 이번 선거는 그의 확실한 위치를 보장해 주었습니다. 그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이제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치계의 노장은 죽지 않고 화려하게 복귀를 했습니다.

정치인에게 권력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우매한 국민이 나라를 망치기는 힘들지만, 어리석은 정치인 한 명이 나라를 망치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독재자를 기념하기 위해서 수백억이 넘는 세금이 지출되고, 매일 경제고에 시달려 자살하는 사람은 끊이질 않지만 세금은 사람을 살리는데 쓰이지 않고 오로지 삽질 하는데만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독선과 독재라고 말하지만, 정치인은 그것을 소신이라고 부릅니다.

정치의 무대는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정치인의 소신과 철학은 오랜 시간을 거쳐서 만들어진 전문적인 지식과 인격이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정치인의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시대는 변하고 세상이 요구하는 것은 달라지더라도 그들의 기본적인 성향과 품격은 변하지 않습니다.


왕의 남자로 새롭게 귀환한 한 노장 정치인의 모습과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봅니다. 과연 어떤 노장 정치인이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이야기 했던가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노장의 귀환이 결코 즐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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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2

  • 극과 극, 비교체험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박찬호 선수 양키스 따위에서는 방출을 당했지만
    도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말 위대한 선수인 것 같아요. 사랑합니다!

    • 찬호선수와 비슷한 나이대라서 그런지, 그의 모습에 남다른 애착이 있네요. 최고가 아니라 최선이 가장 아름답다는 걸 보는것 같습니다.

  • 정말 노장에도 급수가 있나봅니다.
    이미 전설이 된 박찬호와 이름을 같이 언급하는 자체가 기분이 싹 나빠지는
    저런 노장도 있으니 말입니다.

    • 노장들의 귀환이죠. 전혀 달갑지 않은 사람들. 선진화를 위해서 진정 필요한것이 무언가 새삼 생각해 봅니다.

  • 박찬호를 보면서 일정 시점에서 은퇴를 하면 더 좋을 수도 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국외자의 생각이겠죠.
    본인의 인생과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뗄 수 없다면
    한 순간이라도 더 오래 야구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저라도 그랬을테니까요.

    흐흠. 아래의 사진은 아름다운 ㅆㄹㄱ들이군요.
    저런 것들이 대한민국의 정치판에 주류이자 실세로 있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합니다.

    8.15 경축사에 일제 식민지 이야기는 온데 간데 없고
    통일세를 이야기하는 쥐새끼를 봤습니다.
    지금 남북관계를 전쟁직전까지 몰아넣은 자가
    자기 입으로 통일을 이야기하는
    막장 드라마 같은 현실입니다. -.-;

    • 어쩌면 우리가 승리자에만 취해있는게 아닌가 싶은때가 있어요. 찬호 선수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도전과 쟁취, 또다른 도전, 그리고 그속에서 느껴지는 삶의 진중함이 너무도 아름답더군요^^ 지난 보궐선거 이후 또 막 나가는 분위기네요. 오늘도 PD수첩이 결방되었네요. 하루에도 수십번 입에 욕설이 머금어 집니다.^^

  • 뉴스위크 기사 보셨는지요
    어이가없어서 오히려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ㅎㅎㅎ
    뉴스위크의 신뢰성을 확 바닥치게 만드는 멍멍이소리였습니다
    얘네들이 뭘 알겠습니까
    키가 큰 거인이 바닥을 보지 못하네요

    • 네.봤습니다. 코쟁이들이 우리의 바닥에 대한 관심이 있겠습니까. 그저 수치와 자신들에게 유리한 인물에게 박수를 보내는것이겠지요. 중앙일보와 연결된 뉴스위크지에서 나오는 국내의 소식들이 과연 어떤 진실과 이해를 담고 있나 싶네요^^

  • 한 만평을보니 소에 코뚜레를 뚫듯 한국에 코뚜레를 씌워 끌고다니는 미국의 모습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위상이 엿보였습니다.
    외세에 대해 당당하게 할말을 하던 한국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 우리역사는 외세와의 다툼이 주된 줄기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민족성도 외세에 의존하는 사람들과 자주를 외치는 사람으로 나뉘는것 같구요. 수천년 이어온 지금 역사의 중심에는 배부른 모리배들이 있는것 같네요

  • 박찬호 선수의 사진을 보고 반가워서 클릭했는데.....
    바로 밑에는 별로 반갑지 않은 노장들이....


해마다 8 4이 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정든님 정은임 아나운서 입니다. 벌써 6년이 흘렀네요. 너무도 허무하게 우리들 곁을 떠났지만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모바자회가 열리고, 그녀를 다시 한번 기억 합니다.

 

# 1

 

그녀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 합니다.
늦은 밤 들려오는 목소리와 낯익은 시그널 음악. 그리고 지친 영혼을 달래주던 따뜻한 감성 까지 말이죠. 늦은 밤에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힘을 주었고, 야근에 지친 직장인들에게는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주었던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는, 낮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사람에 대한 애틋함이었습니다.

 

고공크레인 위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던 한 노동자의 절규와 죽음을 이야기할 때 울음을 참던 그 목소리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따뜻한 세상은 아직도 멀기만 하니 더욱 그녀의 목소리가 그리워 집니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사람들에게 시달리던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들리던 그녀의 따스함이 그립습니다.


 

요즘도 똑똑하고 예의 바른 방송인들이 많습니다. 인기가 많은 연예인도 참 많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대중들에게 더 크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수년 전 그녀가 보여주던 진실된 따스함과 용기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녀가 그립습니다.

2008/05/17 - [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문화] - 정은임 아나운서와 고공크레인에서 바라본 세상

 

# 2

 

가끔 하늘을 나는 새들을 바라봅니다.
그들은 대체 어떤 길을 따라 날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높은 하늘에는 특별한 길이 없습니다. 새들은 길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이러한 새들의 날갯짓을 보며 자유로움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 많은 길들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그 길을 따라 가기 위해서 발버둥을 칩니다. 그 길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기에는 너무나 좁은 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경쟁을 합니다.

 

길에서 낙오한 사람은 갈 곳을 잃어 버립니다. 우리 사회는 그 길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가르치기 때문이죠. 그래서 세상이 요구한 길을 걷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길은 세상이 가르쳐준 길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진정한 자유로움은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것이죠. 세상을 이겨낸 사람들이 그러한 길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위대한 사람이 된 것이죠.

 

우리의 삶이 비록 위대하진 않더라도, 지혜로움과 행복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을 이겨내는 방법은 새들과 같은 자유로운 생각과 지혜로움입니다. 남보다 뒤쳐져 있다고, 가난하다고, 장애가 있다고 인생의 길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자유로운 영혼은 스스로 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경쟁이 필요 없는 세상의 지혜로움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그리고 삶의 지혜로움은 낮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억할 수 있는것이겠죠.


 

 

영화와 함께 살다가 세상을 떠난 한 아나운서를 기억 합니다. 그녀의 지혜로운 날갯짓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망과 위로의 바람을 느꼈던가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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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4

  • 자유롭고 싶은데 자꾸 발버둥을 치게 됩니다.
    언젠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을 하겠죠?
    그때는 하늘에도 복잡한 길이 만들어질지 모르겠어요. ㅎㅎ
    으~~ 생각만해도 깝깝해지는군요.
    정은임 아나운서, 그립습니다.

    • 진정한 의미의 자유는 그래서 어려운가 봅니다^^ 살면서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들이 만만치 않죠. 그래도 Reignman님의 글을 보면서 삶의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늘 그리운 이름이죠.^^

  • 지혜와 감성이 매말라 가는 요즘.
    추억속에 점점 더 그리워 지는 이름들 중 하나네요.
    매년 그들이 떠난 날이 지날때면...말이죠.
    얼마전엔 김광석이 그렇게 그립더니...

    •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네요. 요즘 의사 장기려 평전을 읽으면서 삶에 대한 또다른 고민에 빠져 있네요. 오래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날때 참 마음이 아프죠. 김광석도.

  • 없기에 더더욱 그리운 분들이 늘어갑니다.
    있어서 더더욱 짜증나는 쥐들도 늘어갑니다.
    그 그리움과 그 짜증 속에서 우리의 길을 내는 것이겠지요? ㅜ.ㅜ

  • 2010.08.07 16:42

    비밀댓글입니다

  • 이런 분들을 두고 써준데로 읽는다고 말한 그 狗개의원... 아직도 버티고 있겠죠....

  • 한국을 떠나면서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잠 못들면 듣던 님의 라디오도 그 중 하나이겠죠

    • 벌써...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충격적이던 그날이 아직도 기억에 있네요. 정든님이라는 말이 참 슬프게 들리기도 하네요

  • 바람의 유영 2010.10.30 12:51 신고

    잘 지내시고 계시지요? :)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나 봅니다.
주변 상가 점포에 휴가 안내 표지판이 등장하고 바닷가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의 소식이 방송의 첫머리에 등장합니다. 여행 전문 블로거인 비프리박님 역시 휴가를 떠났습니다. 일년에 단 한번, 많은 사람들이 노는 것과 쉬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공식적인 휴가시즌 입니다.


# 1

한 시민단체의 주관으로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정치인을 비롯해서 신문사 기자, 대학생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경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한겨레 신문을 통해서 매일 체험한 사람들이 내놓는 다양한 경험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연 현실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면서 말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의 고통을 실감하며 먹는 것과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투쟁인지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7천원짜리 외식을 하면서 가족이 굶을 것을 걱정하니 울음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었구요. 정부가 정한 최저 생계비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힘겨운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파란당의 모 의원처럼 거뜬히 버텨낼 수 있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거기다가 천원을 기부하는 센스까지 봤습니다. 우리 시대의 정치인이 얼마나 서민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있는지 실감하는 모습이었죠. 그들이 우리의 정치를 이끌어 가는 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없을 거라는 것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는 것과 체험하는 것은 다른 것이고, 체험하는 것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그 차이 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는 정치집단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참 걱정스러웠습니다.



# 2

한달에 8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던 19살 소녀가 자살을 했습니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한번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 보지 못했습니다. 힘겨워도 이겨내리라는 다짐도, 성실하고 열심히 살면 된다는 희망도 결코 소녀에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일할 곳이 없어 힘겨워 하고 갈 곳이 없어 두려워 하던 소녀가 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차디찬 강물이었습니다. 버티기도 힘든 세상을 구원해 줄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나 봅니다.

마르크스 철학에 심취했던 한 경제학자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복지에 대한 인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먹고 사는 작은 단위 경제에 대한 인간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가 잘 유지되는 사회가 선진국이라고 말이죠. 경제 규모의 크기로 잣대를 삼는 것이 아니라 경제 주체의 삶의 질이 우선시 되는 사회가 잘 사는 나라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적 약자를 인식하고 보호하는 국가의 복지에 대한 정책이 자본주의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는 자유와 평화가 공존하는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의 척도를 청년실업률최저임금 보장으로 꼽았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의 진입을 앞두고 비교하는 규모의 경제학이나 평균 소득을 따지는 것 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그의 기준으로 볼 때 우리는 아직도 선진국의 문턱에도 들어서지 못했고, 그것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정치적 행위도 미흡합니다. 그리고 그가 우려했던 '젊은이들의 자살'과 '부의 양극화' 현상만 남아있을 뿐이죠.

최저 생활비로 한 달을 사는 체험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한 기자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봅니다. 스무살 인생을 한번도 피워보지 못하고 매정한 세상을 홀로 떠나간 한 소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봅니다. 그리고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눈물을 기억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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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도 그나마 여름이라 난방비는 포함안된 체험이겠죠..
    이런 체험은 겨울에 해야 제대로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어째 먹고 살기 힘들어 목숨마저 던지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 아무리 파란당 이지만 국회의원 이라는 사람이 그래선 안되겠죠. 아픈 곳에서 낭만을 찾고 있다니.. 아무튼 사회가 참 힘들어져 가는것 같습니다.

  • 슬프군요 ㅠㅠ
    아직은 더 많은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나이라고 격려라고 해주고 싶지만...늦은 거군요
    패밀리 식당에서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이 고통스러웠을거에요

    • 저도 소녀가 일을 하며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을 생각하니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오늘도 소녀의 죽음에 주는 슬픔이 가시질 않는군요.

  • 뉴스를 통해 이런 형태의 죽음과 관련한 내용을 볼때마다 가슴이 아려오네요.

    소녀에게 한줄기 희망이라도 보였더라면 삶이 달라졌을까요?
    외형적 성장에 가리워진 그늘진 곳의 삶도 보듬어 볼 필요가 있는데 말이에요~

    휴~~~

    • 외형적인 성장속에 불편한 진실들을 잊고 사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너와 내가 다르긴 하지만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한것 같구요. 우리 사회의 그늘이 갈수록 커지는것 같네요.

  • 생계유지가 어려워 창창한 젊음이 죽음을 선택하는 세상...
    별로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지만 어쨌든 살긴 살아야겠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죠.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 또 말하겠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노라고...
    지겹습니다.

    • 소녀의 죽음은 꿈을 상실한 현실에 있는것 같습니다. 꿈꾸기 조차 버거운 세상. 우리는 이 치열한 시간 속에서 무엇을 꿈꾸며 살아야 할까요.

  • 의미 있는 체험이군요. 이런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지도 몰랐네요.
    진작 알았다면 저도 신청이나 해봤을 것을..

    요즘 들어 사람 사는 곳이 과연 사람 사는 곳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한 쪽에서는 재물을 쌓아두고 있는 판국에
    다른 한 쪽에서는 생계가 어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요.
    적어도 그런 일은 없어야 하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련지요.
    갑갑할 뿐입니다.

    • 모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도 나오더군요. 체험한 사람들중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세상 사는게 참 서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합디다. 사람 사는 세상이 힘겨워 지는 것이 무엇 때문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봅니다.

  • 과연 재산 수십억 가진 자들이 최저 임금에 관한 법을 정하는 게 말이 되는지,
    과연 강남 땅부자당에 몸담고서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는 게 상식에 부합하는지,
    그러고서도 얼마가 남아서 기부를 하네 어쩌네 까부는 게 삶의 무게를 체험한 건지,

    참 웃기지도 않은 파란 1번의 세상입니다.


    덧) 초입에 제 닉네임을 불러주시다니, 영광이옵니다.
    다만 다른 이는 어느 누구도 여행전문블로그라는 데에 동의할지가 의문. ^^
    저부터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니까요. -.-;

    • 체험하고 나온 파란피의 그사람이 내놓는 말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문화생활에 기부생활까지 했다고 자랑하는.. 할말이 없는 사람들이죠. 여행블로거는 미래지향적인 뜻에서 불러봤습니다.^^

  • 지난 주말 친구들과 피서를 다녀왔는데, 이 글을 읽자마자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이 겹쳐집니다. 비록 비싼돈을 들인 피서는 아닐지라도, 나눔에는 인색하면서 자신에게는 관용적이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네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의 방향을 서서히 바꾸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세상이 수상하다 보니 이런일이 많이 생기나 봅니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가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이런 슬픈 소식은 이제 멈추었으면 좋겠네요


주절주절 내리는 장마비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올해 장마는 끝났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거세게 몰아치는 폭우가 아닌 열기를 식혀주는 그런 비를 원했는데 말이죠. 8월에는 열대야가 9월에는 태풍이 예고된다고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일기예보'입니다. 십수년간 병역을 회피한 어느정치인이 몰랐다고 이야기 하는 것만큼 믿기엔 꺼림직합니다.

요즘 더운 밤을 보내기 위해서 창문을 모두 열고 헐벗은 자세로 잠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외부에서 들리는 작은 소음도 크게 느껴지네요. 밤늦게 아랫집 총각이 탐닉하는 '에로 있는 영화'의 헐떡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막걸리 한사발에 흥얼거리는 취객의 '비내리는 호남선'이 들려올때도 있습니다.

# 1

얼마전인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서 밤늦게 사랑을 고백하는 청년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고요한 새벽에 울려퍼지는 술취한 청년의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2층 창가에 대고 사랑을 갈구하는 청년의 목소리가 애잔하게 들리더군요. 그래도 2층집 처자는 끝내 창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떨구며 돌아서는 청년이 열리지 않는 창문을 향해 던진 마지막 말은 '기다릴께' 였습니다. 그 소리가 들리자 마자 2층의 불은 모두 꺼졌습니다. 가로등에 의지해 뒤돌아서서 걷는 청년의 뒷모습을 쳐다 봅니다. 축처진 어깨는 몇걸음을 걸을때마다 뒤돌아 서서 처자의 창문을 바라 봅니다. 미련인지 집착인지 알수는 없습니다.



# 2

몇해전 지방으로 장기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육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그곳의 많은 분들과 친해지게 되었죠. 지방 인심이 전해주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감동이었습니다. 그중에 저를 참 좋아해 주시던 분이 계셨습니다. 머리가 약간 벗겨지고 나이가 50정도 되신 분인데 세상 모두에게 친절한 분이였죠. 짧은 시간이었지만 웃음이 주는 여유로움과 철학을 배울수 있었습니다.

돌아오기 전에 회식을 했습니다. 모두가 거하게 술을 한잔씩 했죠.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서 노래방을 갔습니다. 물론 음치와 몸치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저는 조용히 감상만 했습니다. 80년대 댄스곡이 흐르고 알수없는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모두가 술과 흥에 겨워 마지막 이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자기 순번을 받은 그 아저씨가 마이크를 잡게 되었습니다. 노래방 기기에서는 조용한 발라드곡이 흘러나오고 있었죠.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일부는 화장실로 도피를 하고, 일부는 오지 않는 전화기를 부여잡고 밖으로 나갑니다. 아저씨는 조용하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스치는 바람결에 사랑노래 들려요, 내곁에서 떠나버렸던~~" 50넘은 아저씨가 부르기에는 노래가 참 서정적이었습니다.





노래가 끝나갈 무렵 아저씨가 울먹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진지한 아저씨의 표정에서 느낄수 있었죠. '내게 남은 사랑을 다 주고 싶다'는 가사가 아저씨를 울컥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다시 알수 없는 트로트 음악과 말도 안되는 팝송이 이어졌습니다. 아저씨는 그후로 노래를 더이상 부르지 않았죠. 그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보면서 웃고만 있었습니다.

이후에 아저씨가 혼자 사는 독신남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어딘가에 보수공사 조차 할수 없는 하자가 있다는 둥, 눈이 너무 높아서 못했다는 둥 말이 있었지만 아저씨는 못한게 아니라 안한거라고 끝까지 우겼나 봅니다. 서른살에 찾아온 열병같은 사랑의 아픔을 겪은후, 관념적인 사랑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나 봅니다. 그리고 아직도 지나간 사랑에 대한 추억과 함께 다가올 뜨거운 사랑을 기다린다고 있습니다.


청년이 떠나간 거리뒤에 새로운 하루가 밝아옴이 느껴집니다.
조금씩 세상이 밝아지고 부지런한 노인들의 아침 산보가 시작되는게 보입니다. 청년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를 사랑을 기다리며 아침을 맞이하는지도 모릅니다. 청년이 떠난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아저씨가 부르던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납니다. 내게 남은 사랑을 모두 주고 싶다며 울먹이던 그 모습도 함께 떠오릅니다. 청년이 던진 마지막 말과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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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2

  • 정말 요즘 창문을 활짝 열고 자다보니..
    동네 골목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들이
    때로는 웃음을 주기도 때로는 짜증을 주기도 합니다.
    아직 사랑을 고백하는 청춘들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아 아쉽네요.

    • 가끔 고양이가 짝을 찾는 소리는 들리더군요. 밤에 고양이들이 참 많습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고양이들이 반갑더군요.

  • 음...저도 뉴스를 봤습니다.
    시작도 안한 장마가 끝났다고 하더군요.
    남쪽에는 비가 많이 왔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올해에는 장마라고 할 정도의 비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고백하는 청년, 노래하는 아저씨, 그리고 제 눈에는 장맛비가 흐르고 있는데...ㅜㅜ

    • 사회적 불평등이 심해지니까, 비도 지역에 따라서 불평등이 심하네요. 예전처럼 보슬보슬 내리는 장마비가 그립습니다.

  • 안타깝네요. 창문 아래서 고백하던 그 청년과 그 아저씨... 같은 길을 가지는 않겠죠?

  • 삶의 한 단편이네요~

    아~~ 노래가 심금을 울린다는...^^;

  • 2010.07.31 00:15

    비밀댓글입니다

    • 짧은 사랑이었지만 거기서 받는 느낌이 대단했나 봅니다. 1Q84 에도 보면 비슷한 느낌들이 많이 설명되어 있죠.^^

  • 헐벗은 자세,
    음치와 몸치라는 불치병,
    보수공사조차 할 수 없는 하자,
    이 대목에서 크게 웃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 저 아래 뭔가가 묵직합니다.
    그게 개츠비님의 글이 갖는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더운 날들 잘 버티고 계시죠?
    올해도 저희는 집에서 에어컨 없이 살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습니다.
    휴. 덥다.

    • 저도 에어컨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사랑이 필요한 시대라고 하지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요즘 시대에 많이 느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