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대론 시간의 흐름속에 갇히고, 주변의 환경속에 갇혀서 산다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억도 없이 살아갈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깨닫지 못하고, 삶은 주변의 흔적을 쫓아 흘러가 버린다.

여기 가진것이 무엇이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하는 영화가 있다.
여전히 잘생긴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살아 있는 연기를 볼수 있는 영화, 석양이 물든 풍경이 쓸쓸하면서도 희망을 이야기 하는 영화, 바로 『 길버트 그레이프』 다.
벌써 15년이 된 영화이지만, 영화가 주는 소소한 감정들은 잊혀지지 않고 다시 되살아 난다.

" 갇힌 세상의 길버트를 만나다 "

영화는, 길위에 있는 두 남자를 비춘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여름철 이 작은 도시를 지나가는 캠핑카 들이다. 그들은 그저 그곳에서 언제 올지 모를 캠핑카를 기다린다. 그리고 길 저편에서 차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은 뛸듯이 기뻐한다. 그들은 늘 그곳에 머물러 누군가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그들은 <길버트><어니> 형제들이다.



태어나서 한번도 이 작은 마을을 떠나본 적이 없다. 아니, 떠나도 갈 곳이 없다. 젊은 청년의 일상은 단조롭다. 평화로운 이 마을의 풍경 만큼 그의 삶도 조용하고 단조롭다. 그의 이름은 <길버트> 다.

그에겐 죽은 아버지가 물려주신 낡은 집이 있다. 아버지는 그에게 사랑을 주지도 받지도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래서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남아 있지 않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어머니는 세상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TV앞 쇼파에 몸을 고정한채 십수년간 움직이질 않았다. 그리고 체중이 불어 이제는 움직이기 힘든 뚱보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괴물처럼 그녀를 쳐다 본다. TV앞에 눈을 고정시킨채 먹는것도, 자는것도 모두 해결하는 뚱보. 그녀가 바로 어머니다.


노처녀 누나와 철없는 여동생. 그리고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동생 <어니>가 있다. <어니>는 지능이 모자라다. 그래서 늘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십대 젊은 청년 <길버트>는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을 위해서 희생을 해야 한다. 움직이지 않는 어머니와 정신지체아인 동생 <어니>를 돌봐야 한다. 그의 삶은 그들의 삶에 맞추어 있고, 그들을 위해 살아야 했다. 이 작은 도시에서 꿈은 거창하기만 하다. 내일도 오늘같은 날이 계속될 뿐이다. 그는 단조하고 무료하다.



" 가족의 소중함, 사랑, 그리고 희망 "

여름철이 되면 이 작은 도시에는 캠핑족들이 모여든다. 마치 세상을 떠도는 보헤미안 처럼 이곳을 스쳐 지나간다. 유독 한 여자 아이가 눈에 띈다. 그녀 역시 이곳을 스쳐가는 많은 캠핑족 중의 하나일 뿐이다. 무료한 일상에서 길버트는 그 여자아이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그에게 사랑이 찾아 왔지만, 그는 적극적이지 못하다. 그녀는 곧 떠날 사람이고, 그는 남아야 할 사람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이라는 커다란 짐을 벗지 못한다. 그에겐 돌봐야할 어머니가 있고, 책임져야할 동생 <어니>가 있다. 그래서 그는 사랑이 머물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친구에게도 어머니를 소개하지 못한다. 어머니의 뚱뚱한 모습이 부끄럽다. 아니 어머니도 바같 사람들과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 그에겐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부끄러움이 함께 남아 있다. 어떤것도 그것을 변화시킬순 없다. 그저 이대로 머물러 있어야할 뿐이다. 그에게 자신의 삶은 없어 보인다.

조니 뎁의 감정 표현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리얼한 연기가 돋보인다. 그리고 영화는 이 답답한 환경속에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비추어 간다. 노을진 석양을 바라보는 조니뎁의 모습과, 디카프리오의 어색하지 않은 연기가 일품이다.



세상과의 만남을 거부했던 어머니와, 그의 여자친구가 만난다. 그것은 그가 바라던 것이기도 했고, 바라지 않던 것이기도 했다. 부끄러움과 사랑이 교차하는 미묘한 감정에서 그는 결국 이겨냈다. 이제 자신의 모든것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이야기 할수 있게 되었다. 그저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이 가족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세상 그 어떤 것도 가족의 존재는 바꿀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비록 그의 어머니가 뚱보고 그의 동생이 지체아라도 말이다.

이제 <길버트>는 진정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사랑도 이해할수 있었다.

어머니가 세상과의 소통을 다짐하고, 그의 막내아들 <어니>를 부른다. 그리고 <어니>가 그녀에게 가능동안 그녀는 숨을 거둔다. 죽은 어머니를 바라보는 <어니>의 모습이 눈물겹다. 그녀는 가족에게 사랑의 의미를 남겨주고 세상을 떠났다.



이제 <길버트>에게는 사랑과 용기가 생겼다. 그를 가둬 두었던 짐을 모두 벗어 버렸다. 그의 아버지가 남긴 낡은 집은 어머니가 죽으면서 불에 태워버렸다. 그의 어깨를 누르던 무거운 짐은 모두 사라졌다.  이제 그는 떠날수 있고 자유로워졌다.


영화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캠핑카들이 오는 차를 기다리는 형제가 있다. 그들의 이름은 <길버트>와 <어니다> 이제 그들은 무료하게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이제 그들은 그 캠핑카와 함께 떠날 준비가 되었다. 삶은 머물지 않고 변화한다. 그들은 이제 사랑을 얻고, 용기를 배우며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희망을 찾아서 그 길을 떠난다.





감독 : 라세 할스트롬
출연 : 조니 뎁, 줄리엣 루이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1994년 미국작

오래된 영화는 가끔 새로운 감정을 안겨준다. 우울한 현실속에 묻혀가기만 했던 <길버트>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가족은 의무가 아닌 사랑임을 깨닫게 되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새로운 사랑을 만든다. 그리고 그 사랑은 삶의 희망이다. 또한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주는 의미가 단조롭지만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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