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천원

함께 일하는 직원중에 짠돌이가 한명 있다.
구두쇠와 짠돌이는 가급적 멀리 하라던 인생선배의 조언이 있었지만, 이 짠돌이는 지방 출장까지 나를 따라다닌다. 가끔 주변사람들에게 눈총은 받지만 맡은 업무만큼은 정말 꼼꼼하게 잘 해낸다.

회식이 있으면 늘 1차에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개별적으로 이차나 삼차까지 술을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1차 회식비용은 공식비용이 되지만 이후에 이어지는 것은 개인 지갑에서 각출을 한다.

이 짠돌이는 결단코 지갑을 연적이 한번도 없다. 술을 과하게 마신 날이면 택시비가 없다며 가장 만만한 내 지갑을 털어 간적도 제법 있다. 몇 년을 같이 지냈지만 짠돌이의 지갑색깔이 무슨 색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함께 지방출장을 오게 되면 아무래도 근무 시간이 좀 널널하다. 특히 장기 출장의 경우에는회사생활에서 맛보지 못한 늦잠과 게으름도 공식적인 기록에 남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짠돌이가 이발을 하고 왔다. 그리고선 오후 내내 투덜거린다. 이발비용이 2천원이나 올랐다는 것이다. 그게 무척 속상하고 억울한 것 같다.

투덜거리는 것이 듣기 싫어 2천원을 꺼내서 짠돌이에게 내밀었다. 그만좀 투덜거리라는 나의 의사표시이자, 직장 상사로서 무안함을 느끼라는 일종의 압력이기도 했다. 그랬더니 냉큼 2천원을 받아서 챙긴다. 내가 좀 더 근엄하고 기분 나쁜 표정을 짓지 못한 것을 두고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내 돈 2천원...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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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와 6만원.

마침 급여 명세표가 우편으로 날라 왔다. 보통 때는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 2천원을 빼앗겨 심뽀가 고약해진 나는 부하직원의 급여명세표를 보고 말았다. 특별히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남의 명세표를 본다는 것이 그리 떳떳한 일은 아니다. 보통 급여명세표에서 공제란을 유심히 보는데, 녀석의 공제란에 특이한 사항이 하나 있었다. 특별한 지출 60,000원.

몇 년전에 회사에서 어떤 계기로 불우이웃 돕기같은 성금을 모금한 적이 있었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당시 정기적인 기부를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의견이 분분해서 적극적인 의사를 가진 사람만 급여에서 빼기로 한 것이다. 사실 호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매월 60,000원이라는 돈이 급여생활자에게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첫 달에 신청한 사람이 절반 정도 밖에 안되었고, 달이 갈수록 사람은 점점 줄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별다른 관심도 없고 기부를 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짠돌이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매월 60,000원의 돈을 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안의 막내임에도 노모를 홀로 모시고 산다는 짠돌이 였기에 좀 의아스러웠다. 꼼꼼한 그가 공제금액을 모를 리는 없었다. 급여명세표를 전해주면서 회사에서 기부했던 것에 대해서 슬쩍 물어 보았다.

“뭐 60,000원 없어도 전 잘 살거든요. 그때 처음 도왔던 아이가 벌써 중학생이 되었다잖아요. 요즘도 점심 굶는 아이가 있다는게 좀 우습지 않아요?”

이 짠돌이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한다. 그리고 급여명세표를 받더니 지난달 보다 보험료가 2,700원 더 나왔다면서 본사에 전화를 해야 되냐 말아야 되냐를 고민한다. 짠돌이는 이래서 미워할 수 없나 보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마치 풍경처럼 펼쳐져 있다.
대부분 우리는 그 풍경에 갇혀 살아가면서 세밀하게 주위를 둘러보지 못한다. 정작 베품에는 인색하면서 보이는 면이 마음에 안든다고 투덜거린다. 하지만 베풀줄 아는 사람은 그 풍경속에서 늘 당당하고 아름답다.

내가 저녁을 산다고 이야기 하자 짠돌이는 고기 먹은지가 좀 오래되었다며 눈치를 본다. 그래도 오늘은 참 이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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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6

  • 마치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이야기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평범하게 우리곁에 있으니
    그래도 아직 세상이 살만한거 아닐까요.

    그런데;;
    추천버튼이 실종됐어요 ㅠㅠ 추천한방 쏘고 싶은데.....

    아참, 이 좋은 글 밑에 구글광고에 '야한영화' '성인영화'를 보니
    기분이 참;;;
    요새 구글도 광고를 좀 막하나봐요~

    • 둘러보면 아름다운 실천을 하는 사람도 참 많죠.. 예약 포스팅이라 그런지 추천버튼이 안붙는것 같아요.ㅋ 아 그리고 구글광고가 그리 나왔나요? 구글광고 없앴습니다.^^

  • K. 2008.07.17 00:46 신고

    의외로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곳이 많더군요.
    한 후배도 구청에서 결손가정을 소개받아서
    방문도 하고 바쁠 때는
    수시로 필요한 물품도 배달시키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도 그 후배가 참 예뻐 보였답니다.

    Gatsby님, 짠돌이 직원에게 밥 자주 사고 계시죠? ㅋ

    • 네. 내색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모습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때 참 아름답죠. 그래서 함께 사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인것 같아요. 그날 고기값이 10만원 넘게 나왔다죠.ㅜ.ㅠ

  • 그래도.. 그 구두쇠가 나중에 잘 살걸요.. ㅎㅎㅎ

  • K 동생 2008.07.17 10:24 신고

    제가 K가 말한 동생인데요...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는데 언니가 칭찬을 했네요..
    하지만 우리 주위에 너무나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거는 사실입니다.
    혼자서 하기 보다는 작은 힘이나마 여럿이 동참하면서 도와주면 훨씬 오래할 수 있지요...
    남을 돕다 보면 자신이 행복해지고 내 욕심이 많이 줄어들어요..
    아이들에게도 남을 돕는다는 것을 자연스레 가르쳐 줄수 있구요...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입니다... 주위에 어려운 사람 있으면 한번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 남에게 베풀줄 아는 것이야 말로, 진정 자신의 가치를 이해할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 어느 스님의 말씀이 기억 납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K님 동생이이라면 L님이나 M님 혹은 N님 이겠군요.^^ 방문 감사합니다.

  • 2008.07.17 14:38

    비밀댓글입니다

  • 늘... 사람만이 희망이예요..^^
    금요일 아침부터 뭉클해지네요~~

    오늘하루도 기분좋게~~ 시작하세요!!

    • 사람이 희망이죠.^^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행복할수 있는 가장 좋은길인것 같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 정말 미워할 수 없는 짠돌이네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잘 구분하고 써야겠습니다.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그렇죠. 소신이라는 것이 이 짠돌이에게도 분명히 있다는걸 느꼈네요. 소소한 삶의 지혜로움에 늘 감탄하고 삽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 반전이 있었군요
    삶에서 이런 반전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하겠습니다

    불행하게도 저는 여 까지 반전을 목격하지 못했네요
    내가 보고 들은 짠돌이들을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배만 불리는 이기주의자들 뿐이었습니다 ㅠ.ㅠ

    • 인간은 참 미묘한 감정에 의해서 평가가 달라지기도 하는것 같아요. 사람마다 모르는 내면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편견을 만드는것은 아닌지 반성하기도 합니다.^^